칼럼-편안하게 사는 길
칼럼-편안하게 사는 길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4.25 15:41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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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산스님/진주시 문산읍 여래암 주지
범산스님/진주시 문산읍 여래암 주지-편안하게 사는 길

세상을 살면서 만사를 이기려 들지 말고, 져주면서도 살아보자. 부부, 동료, 이웃 간에도 이기려고만 든다면 되는 일이 없다. 부부간의 다툼 후에도 말문을 먼저 여는 사람이 이긴 사람이며, 훌륭한 사람이다. 며칠씩 토라져서 서로 말문을 닫는다면, 그 가정에는 발전이 없다. 부부간 다툼에서, 이겼다고 봉급이 오르거나, 진급이 되고, 사업이 잘되는 것도 아니다.

서로가 흉금을 터놓고 대화를 나누면 이해도 깊어지고, 의사소통과 애정 교류가 생기게 된다. 사소한 문제로 다투면서 ‘시간 소비’하지 않는 것이 ‘발전의 기회’다. 모두를 예쁘게 보자.

살다 보면 마음 맞는 상대도 있고, 전혀 마음 맞지 않는 상대도 있다. 마음 맞는 상대를 만나면 즐겁고 기쁘고 행복하고 기분 좋지만, 마음 맞지 않는 상대를 만나면, 쓰디쓴 맛이다.

이런 현상은 인과(因果)현상이다. 마음 맞던 안 맞던 과거에 그럴만한 원인이 있었던 것이다. 모든 걸 인과적(因果的)으로 보지 않고, 마음 맞으면 좋고, 맞지 않으면 싫은 사람으로 분별하면, 세상살이가 괴롭다. 좋은 인연 맺는데는 소홀하며, 늘 마음 맞는 사람만 찾다보니 오히려 마음 맞지 않고 싫은 사람만 더 많이 나타나게 된다. 우리는 사람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

마음에 들거나 들지 않거나 사람을 대할 때, 고락의 인과를 놓치지 말고, 상대가 좋고 싫음을 떠나서, 나의 인과업(因果業)을 먼저 생각하며 자신을 돌아보도록 하자. 자신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방일(放逸)’과 ‘나태(懶怠)’, 불친절이다.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아, 방일하지 마라. 나는 방일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각(正覺)을 이루었다. 한량없는 온갖 선도 방일하지 않음으로써 얻는다.”하셨다. 욕망에 끌려다니고 게으른 사람은 생명을 잃은 것과 다름없어서 살아 있어도, 죽은 거나 마찬가지다. 인생은 짧고, 세월은 빠르다. 한순간도 게으르지 말자.

우리가 태어날 때는 아주 깨끗한 사람이었다. 살아오면서 점점 오욕의 때가 묻어버린 것이다. 그 때를 깨끗이 씻어버리면 본래의 ‘나’, 깨끗한 ‘부처’로 돌아간 것이다. 집에서 사용한 그릇도 본래 구입할 때는 깨끗하였다. 본래는 깨끗했는데 사용하면서 온갖 때가 묻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매일 닦아야 하고, 닦으면 닦을수록 더 깨끗해진다.

수행이란 본래 깨끗했던 ‘부처’인 ‘나’를 찾기 위해 날마다 ‘업장’이란 때를 깨끗하게 닦아내는 것이다. 오늘도 만나는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고, 좋은 인업(因業)을 지으며, 사람 차별하지 말고, 부드럽고 친절하게 대하자. 그것이 ‘발전의 길’이다. 생명 있는 것은 모두 행복해야 하니까, 서로 만나면 반갑고 기뻐하며, 좋은 대화를 나누면서, 갈등 없는 평화로운 세계를 열어가자. 마음공부를 잘하면 세상은 항상 내 편이고 살만한 세상이다. 죽고 싶은 심정과 고통의 괴로움도 모두 마음에서 나온다.

중생들은 물질적 빈곤과 가난 때문에 괴롭고, 출세를 못해서, 명예가 없어서,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서 괴롭고 불행해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스님들은 부와 명예, 출세,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고 스님들이 불행한 것이 아니다. 부처님도 가사 한 벌에, 맨발로 걸식하며 사셨지만, 깨달으셨기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분이셨다. 깨닫고 나면 불평불만도 불안도 없다.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시끄러우면 시끄러운 대로 조용하면 조용한 대로, 환경에 맞춰 살면서, 배고프면 먹고 피곤하면 쉬고 졸리면 자면 된다. 이것이 세상을 가장 ‘편안하게 사는 길’이다 그 이상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중생들은 시비분별의 양극단을 오가며 엄청난 재물이 들어오기를 바라지만, 그것도 착각이다. 일이란 열에 칠팔은 내 맘대로 안 되는 것이다. 순리대로 살지 않고, 안 되는 걸 억지로 되게 하려니까 고통이 따른다. 상대를 꼭 이기려 들지 말고, 가끔은 져주고, 양보하며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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