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자다가 봉창
도민칼럼-자다가 봉창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4.27 16:1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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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자다가 봉창

나는 환경론자가 못된다. 일회용 종이 그릇도 종종 사용하고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음식도 가끔 주문해 먹는다. 코로나를 거치며 이 많은 플라스틱을 어찌 처리하려나 걱정이 들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미세플라스틱이 바다 생물들에게 위협적이라는 뉴스를 볼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들고 어찌하면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까 고민하지만 역시 나는 환경에 있어서는 파괴에 가담하는 쪽이다. 우리 집에는 자주 손님이 찾아오고 식생활도 고기를 먹다 보니 기름 묻은 그릇을 씻느라 세제나 물을 많이 사용하는 것보다 일회용 종이 그릇을 우리 집 난로에 태우는 것이 낫지 않을까? 스스로 죄의식을 사해주고는 한다. 역시 나는 환경에 있어서는 할 말이 없는 사람이다.

그런 내가 이건 아니다 싶은 뉴스를 본다. ‘산청군수,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사업 추진 공식 발표’ 지난 3월에는 구례군수가 산동 케이블카를 재추진한다고 선언했다. 두 지자체장이 만나 영호남을 대표해서 사이좋게 각각 1개씩 설치해달라고 대정부 공동 건의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단다. 정당을 떠나서 영호남 지자체가 협의를 했다 하니 정당을 떠나서 우리 도민들도 이번 기회에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아야겠다.

각 지자체장이 내세우는 케이블카 설치 효용을 보면 ‘등산객 등에 의한 훼손으로부터 산림을 보호하고 장애인·노약자 등 사회적 약자도 정상부의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얼핏 들으면 맞는 이야기인 것 같다. 그런데 정상을 힘들여 밟는 등산객수가 많겠는가? 이익을 내기 위해 수시로 운행하는 케이블카 탑승자수가 많겠는가? 장애인, 노약자를 위한다고 하는데 그들이 요구하는 수많은 지원은 제대로 들어주지 않으면서 장애인 노약자들을 무료로 탑승시켜주기라도 할 것처럼 말한다. 장애인 노약자가 케이블카 설치를 요구했는가? 했다면 그들 중 얼마나 요구했는가?

나는 하동이 주생활권이다보니 관광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우리가 가진 재원이 관광사업에 많이 의존할 수밖에 없음도 알고 있다. 하지만 어떤 큰 관광시설이 설치되는 경우, 군민들의 염원이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그 개발 이익이 과연 군민이나 도민들에게 돌아갔는가? 더구나 케이블카는 바다를 낀 여수나 통영 이외에는 큰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큰 수익을 낸다고 치자, 그 수익이 개발에 참여한 이들에게 돌아갈 뿐, 일반 지역 주민이 그 사업에 참여나 할 수 있겠는가? 식당들 주변 숙박업소들이 잘 될 거라고 하는데 케이블카 짧은 시간 타고 얼마나 머물겠는가? 기존에 식당들이 특수를 누릴 거라고 기대하겠지만 외부의 더 큰 자본이 들어와 식당을 차리면 지역 주민은 그곳에서 노동만 할 뿐이다. 고급 일자리는 없고 비정규 일자리 조금을 위하여 우리가 내어놓아야 할 것들이 많다.

덕유산 스키장 곤돌라 상부 향적봉의 사례만 보아도 곤돌라를 타고 온 관광객들로 인하여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상부에 구두를 신고 와서 돌아다니기도 하니 등산객들이 밟아대는 압력에 비하겠는가? 산도 생물이다. 요동치면 순식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지난 2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가 조건부 승인되면서 아니나 다를까 기다렸다는 듯이 모든 지자체가 난리다. 환경영향평가에서 5개 전문기관이 모두 반대했음에도 허가되다 보니 다른 곳들은 자신감을 얻은 것 같은데 친환경공법이라는 말처럼 말장난이 어디 있는가! 착공 자체가 환경 파괴인 것을!

누구를 위한 개발인지 지역 주민들은 잘 알아야 한다. 지리산은 누구의 산인가도 생각해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보존해야 한다고 지정한 국립공원이 또다시 개발 광풍에 휩쓸리고 있다. 기관과 민간이 나누어지고 그 안에서 우리들끼리 서로 분열되는 상황을 정부가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 사업 성사 여부를 떠나 지역 주민들에게는 상처만 남는다. 앞으로 조금만 더 내다보면 플라잉 택시도 나온다는데 애들 놀이기구 같은 케이블카가 흉물이 된다는 것을 왜 모를까? 망가지는 건 순간이고 복원은 기약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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