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청와대 관광을 다녀와서(1)
기고-청와대 관광을 다녀와서(1)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5.02 16:02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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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석/합천 수필가
이호석/합천 수필가-청와대 관광을 다녀와서(1)

2023년 4월 22일 토요일, 사진으로만 보던 청와대를 직접 관광할 기회가 있었다. 이날 오전 11시에 그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어느 학교 강당에서 금년도 우리 씨족 중앙종친회가 개최되었고 그곳에 참석하면서였다. 중앙종친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250여 명의 인원이 모였고, 내가 사는 합천에서는 37명이 버스 한 대를 대절하여 참석하였다. 우리 일행은 오전에 종친회가 끝나면 바로 청와대 관광을 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점심을 먹고 십 분 거리에 있는 청와대 입구에 도착하였다. 토요일 오후라 그런지 관광객이 긴 줄을 서서 꼬리를 물고 입장하고 있다. 관광객이 너무 많아 곳곳에 배치된 안내원들이 질서 유지를 위해 동분서주하며 바삐 움직이고 있다. 우리는 사전에 예약이 되어 있어 쉽게 입장할 수 있었다. 합천에서 출발하기 전 입장료를 줄이기 위해 65세 이상은 신분증을 소지하라고 하였으나, 입장료는 아예 받지 않았다.

정문을 들어서면서 나는 잠시 머뭇거렸다. 국민 최고의 존엄인 역대 대통령이 이곳에서 국가 운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국정을 논의하고 결정하였던 곳임을 생각하니 다른 관광지와는 달리 감회가 새롭고 마음가짐도 조금 무거워졌다.

그 넓은 정원에는 갖가지 나무들이 잘 가꾸어져 있다. 특히 여러 종류의 소나무들이 마치 대형 분재처럼 다듬어져 있어 보는 사람마다 탄성을 지른다. 그런 나무를 보면서 너나 할 것 없이 한 그루에 몇 백만 원, 몇 천만 원짜리가 되겠다는 등 경제 동물의 속성을 들어낸다. 마침 봄 계절이라 곳곳에 여러 색깔로 피어 있는 영산홍이 나무들과 함께 어우러져 정원 풍경이 더욱 장관을 이룬다.

주요 건물로는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본관과 대통령과 가족들이 사는 관저를 비롯하여, 국내외 귀빈을 맞아 의정 행사 등을 하는 상춘재, 외국 대통령이나 총리 등 국빈 방문 때 공연과 만찬을 하는 영빈관,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하거나 기자들이 이용하는 춘추관 등이 있으며, 본관과 관저는 상당히 웅장하고 내·외부도 잘 꾸며져 있다.

이곳을 둘러보면서 나는 두 갈래의 생각을 하였다. 정문을 들어서서 그곳에 선 채로 얼핏 돌아보면서는 국가 최고 수반인 대통령의 집무실과 관저가 있는 곳이니 이 정도의 웅장함과 꾸밈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 넓은 정원과 큰 시설물들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그야말로 구중궁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통령 한 사람의 집무실과 관저를 이렇게 넓게 가꾸고, 웅장한 시설이 필요할까. 이곳을 관리하기 위해 매년 얼마나 많은 인력과 예산이 들어갈까?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관광객 중에도 나 같이 생각을 하는 사람이 더러 있는 모양이다. 앞·뒤에서도 가끔 시설 규모가 너무 방대하다며 부정적 얘기를 하는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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