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한국디카시학문학상 수상자 김왕노 시인
제1회 한국디카시학문학상 수상자 김왕노 시인
  • 형하선기자
  • 승인 2023.05.08 15:54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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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자유의 상징…우리 시대를 대하는 자세”
▲ 제1회 한국디카시학문학상 수상자인 김왕노 시인.

각종 문학상 대거 수상…최초 시인축구단 글발 단장

1992년 등단 중견 시인…국내 제1호 디카시 평론가
디카시는 멀티언어예술로 시의 언어 카테고리 확장
독자가 잘 읽지 못하는 글의 껍질을 벗겨주는게 평론


한국디카시학(발행인 이어산)에서 제정한 1000만원 고료 ‘한국디카시학문학상’ 제1회 수상자로 김왕노 시인이 선정됐다. 제1회 한국디카시학문학상에는 전국의 유명 시인 64명이 1인당 60편 이상씩 응모한 3500여편의 작품 중 독작(獨酌) 외 83편을 응모한 김왕노 시인이 당선됐다. 시상식은 오는 5월 11일 오후 3시 부산영광도서 문화홀 1관(8층)에서 열린다. 김왕노 시인은 이미 시단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 시인이면서 디카시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디카시집 ‘아담이 오고 있다’와 이번 문학상 수상 시집 ‘독작’이 있고, 일반시집도 15권을 펴낸 중견 시인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김왕노 시인과 인터뷰를 갖고 그의 작품세계와 시인으로서의 진면목을 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편집자주>

-먼저 제1회 한국디카시학문학상 수상을 축하한다. 수상소감을 부탁한다.
▲수상소감을 드리기 전에 먼저 이상옥 디카시 창시자와 김종회 한국디카시인협회장과 한국디카시학과 시와편견 발행인인 이어산 시인에게 먼저 감사를 드린다.

인문학이 한 풀 꺾이는 와중에 동양의 전통 공간미를 추구하는 오리엔탈리즘과 서양의 미니멀리즘이 만나 중성적인 선과 명상을 요지로 하는 젠 스타일이 탄생했고 복고(retro)를 새롭게(new) 즐기는 뉴트로의 열기가 확산되는 가운데 우리 문학에서도 난해하고 긴 시로 시와 시인에게 관심이 떠났던 독자들이 디카시란 새로운 시의 장르에 관심을 돌리는 터닝 포인트가 마련되었다.

그런 와중에 디카시의 배경은 동양화의 여백 같고 대상은 대우주의 본체인 브라만(Brahman:梵)과 개인의 본질인 아트만(Atman:我)으로 일체를 이루는 범아일여(梵我一如)의 사상에 닿아있음을 깨달았을 때 한국디카시학문학상 수상소식은 내게 일대 전환점을 마련해 주었다. 디카시가 옛날 화재와 유사하고 동양화의 화첩 같이 고풍스러우며 모더니즘하고 일상적이어서 읽는 재미와 품격을 더 갖게 하므로 앞으로 험한 디카시의 길이라 있을지 몰라도 더욱 디카시에 최선을 다하라는 채찍질이고 격려가 바로 한국디카시학문학상이라 생각하며 열심히 무모하게 평론가의 반열에 끼어들었다. 해가 저물어도 저물지 않고 디카시를 노래하는 불멸의 디카시 노래꾼이 되려 한다.

-응모작 중에서 대표작 몇 편의 내용을 소개한다면


아아, 오오

상처의 힘으로 침묵으로 부르지만
귀를 우주 끝까지 열어주는 노래
아아, 오오 환희에 찬 생명의 노래
_김왕노



▲‘아아, 오오’라는 작품은 바라산에 갔을 때 찍은 사진이다. 상처를 끝내 노래하는 입으로 돌리는 나무의 지혜를 보았다. 그것은 좌절의 노래가 아니라 생명의 노래를 하며 인간과 어울려 살아가며 인간에게 아무리 삶이 힘겹더라도 굽히지 말라는 의지를 심어주는 모습이었다.
 


독작(獨酌)

상처라도 끊여 혼자 홀짝이니
미운 사람 하나 없는 세상이다
_김왕노


‘독작(獨酌)’은 남부터미널 어느 카페에서 홍차를 마시다가 얻은 사진인데 가만히 보니 세상은 해소의 세상이고 용서와 화해의 세상이란 생각이 들었다. 찻잎을 덕음질로 상처를 입혀 차 맛이 우러난다는 것에 착안에 지은 시인데 예상외로 호응이 좋고 공감하는 사람이 많아 나를 즐겁게 만드는 디카시이다.


-디카시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으며 디카시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는지
▲처음 저도 기존의 시에 대한 믿음이 강했고 새로운 장르란 생각에 거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를 돕는 사람이 디카시를 하고 있기에 결국 디카시를 쓰지 않으나 서울의 큰 장소에서 행사를 하도록 장소를 마련해 주고 재정적 도움까지 주다가 딸이 여수 애향병원에서 다리 수술을 하는 긴 시간동안 사진을 찍고 디카시를 쓰다가 보니 부지런한 발품으로 시를 얻을 수 있으며 디카시에 대한 애정을 가지게 되었다. 사물과 가장 가까이 다가갈 수 있고 사물과 자세히 살필 수 있고 사물과 어울리는 매개체 역할을 디카시가 한다는 것도 알았다.

디카시의 장점은 모든 것은 진화될 수밖에 없을 때 문학은 디카시란 진화란 과정을 통해 독자와 디카시인의 폭을 넓혀 갈 수 있다는 점에 있다. 특히 디지털 시대, SNS 소통환경에서 누구나 창작하고 향유할 수 있는 새로운 시(詩)놀이라는 점이다. 언어예술을 넘어 멀티언어예술로서 시의 언어 카테고리를 확장한 것과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감흥(정서적 반응)을 일으키는 형상을 디지털카메라로 포착하고 그것이 전하는 메시지를 다시 문자로 쉽게 재현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즉 ‘영상+문자(5행 이내)’가 어우러져 한 편의 디카시가 완성되는 쉬운 방법도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제1호 디카시 평론가로 알려져 있는데
▲어쩌면 디카시 평론이 독선과 편견의 길이며 오만일 수 있다. 자기의 잣대로 남의 글을 재단하여 자기에 맞는 자기 구미에 맞는 마음의 옷 한 벌 짓는 것과 같다 생각했다. 그러나 옷이 자신의 옷이지만 이질적이거나 혐오감을 일으키면 그것은 제대로 된 평론일 수 없다. 잡문보다 못한 넋두리가 된다. 내가 가진 어떤 평론의 틀에 글을 우겨넣는 것 보다 내가 평론해야할 글의 흐름에 따라 그 글을 확장시키고 독자가 잘 읽지 못하는 곳을 읽도록 글의 껍질을 자연스럽게 벗겨주는 게 평론의 일이라 생각했고 이미 어떤 타성에 젖어 틀에 맞춰 외형만 다르지 독창적이나 본질적으로 바뀌지 않고 진화되지 않는 방식으로 쏟아내는 평론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나도 그렇게 독선과 편견의 글을 쓸 수밖에 없었으나 시와편견에서 뽑는 한국 최초 디카시평론가가 된 것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듯이 디카시를 전문으로 평론하는 평론가도 필요함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시인으로 많은 평론과 해설을 써 왔으나 뭍 평론과 다를 바 없고 해설도 대동소이한 것 같아 디카시에는 디카시에 맞은 평론가와 해설이 있어야 디카시가 더 확고히 자리 잡을 거라는 믿음으로 제1호 디카시 평론가가 되었다.

-시인 등단은 언제 어떻게 했는지
▲시인 등단은 1992년 대구매일 신문에 꿈의 체인점으로 당선했고 초창기에 현대시학에 많은 발표를 했다. 현대시학 회장도 다년간 하면서 붓의 힘을 키우기도 했다.

한국디카시학과 시와편견 발행인인 이어산 시인과 김왕노 시인(왼쪽)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한국디카시학과 시와편견 발행인인 이어산 시인과 김왕노 시인(왼쪽)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시인으로서 중점적으로 추구하는 작품세계는 어떤 것인지
▲시는 자유로운 생각의 산물이자 시 자체가 자유의 상징이다. 위 생각들이 시인이나 독자나 일반인에게 공감하거나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모든 일은 내 개인적 생각의 결과이며 극히 위험한 내 생각일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창조적 시론을 말한다는 것은 내 개인이 내가 시에 대해 아는 것과 내가 어떤 자세로 시에 접근하는 가와 내가 시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 가와 내가 어떤 자세로 어떤 주제와 방법으로 시를 쓰는 가이며 그러나 이것이 우리 시대의 창조적 시론에 대한 모색이 아님을 말해 두고 싶다. 내가 창조적 시론을 말한다는 것은 극히 내 개인에 국한된 시론이고 내 시론이 있다면 누구에게 간섭을 받거나 또는 내가 남에게 강요할 시론은 아니다. 누가 시론으로 시작법으로 내게 그 무엇을 강요해 올 수도 없다. 지금 우리 시대의 창조적 시론을 위하여 라는 주제는 지금 우리 시대에 나는 어떤 자세로 어떤 생각으로 무엇을 주제로 시를 써가고 있는가 라는 물음에 대답이 될 것이다. 우리시대에 우리는 어떤 자세로 시에 임하고 있는가를 살펴가는 것이 창조적이던 아니던 간에 이 시대의 시인에게 시를 배우는 사람에게 독자에게 일반인에게 필요할 것이다.

-그동안 20여권에 달하는 시집을 내셨는데 대표 시집 몇 권을 소개해 달라
▲시집 ‘말달리자 아버지’, ‘복사꽃 아래로 가는 천년’, ‘슬픔도 진화한다’, ‘사랑, 그 백년에 대하여’, ‘위독’, ‘사진 속의 바다’, ‘그리운 파란만장’, 디카시집 ‘게릴라’, ‘이별 그 후의 날들’ 등이 있다.

-황순원 문학상을 비롯해 각종 문학상을 대거 수상하셨는데
▲문학상은 시인의 작품에 대한 객관적 평가라고 본다. 받으려 애써도 되지 않고 그렇다고 자신의 작품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면 속이 상한 것도 사실이다. 모든 작품은 대동소이하다는 생각이 드나 누가 더 작품에 팔에 힘을 빼고 썼나가 평가의 기준이라고 본다. 저는 시집은 다 천년의 시작에서 고집스레 내었다. 그리고 제대로 평가 받았다. 그렇다고 남의 시보다 월등히 뛰어나다고 생각할 수 없으나 한 시대를 고발하고 한 시대를 질타하는 시 쓰기에 노력했던 것 같다. 내가 잃어가는 서정의 세계를 복구하려고 노력했다. 모든 시를 쓸 때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작품에 혼을 쏟았다. 그 결과 한국해양문학대상, 수원시문학대상, 박인환 문학상, 지리산 문학상, 디카시 작품상, 한성기 문학상, 풀꽃 문학상, 지난 계절의 시 우수상, 2018년 제11회 웹진 시인광장 선정 올해의 좋은 시상, 시작문학상, 제1회 한국디카시학작품상, 세종문화예술대상, 황순원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그동안 시단과 문학계에서 활동해 온 이력은
▲한국시인협회 회원으로 30년간 일했고 시인축구단 글발을 30년간 이끌어 왔으며 전 현대시학 회장, 전 수원문학 주간, 한국디카시인협회 상임이사, 시인축구단 글발 단장, 한국시인협회 부회장을 역임했고 문학잡지 ‘시와 경계’주간, 웹진 시인광장 주간, 한국디카시문학 주간으로 있다.

-세계 최초이자 유일의 시인축구단인 ‘글발’의 단장을 맡고 계신데 글발에 대해 소개해달라
▲시인축구단 글발은 동인이 아니다. 물론 문단 일각에서는 글발 동인쯤으로 부르는 이들이 많지만 우리는 순수한 축구팀이라고 늘 주장한다. 우리 팀은 1991년, 시단의 젊은 시인들(이정주, 최준, 조현석, 함민복, 이진우, 김중식, 김요일, 박정대, 전윤호, 백인덕, 김왕노, 박완호, 함기석 등)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졌다. 그러다가 ‘시인축구단 글발’로 이름을 정하고 체계적인 팀으로 거듭난 것이 1999년 겨울이다. ‘글발’은 앞으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할 듯싶다. 젊은 시인들의 영입이 활발하지 못하다. 기존 멤버들의 나이가 점점 늘어나 선수들이 고령화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어떠랴 축구는 즐거움이고, 운동장을 들어설 때면, 사랑의 시작처럼, 아직도 설렘이 있는 것을. 우리는 세계에서 유일한 시인축구단, ‘글발’이다.

-경남도민신문에서도 전국 일간지 중에서 최초로 디카시 신춘문예를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생각은
▲발 빠른 행보라기보다 뭔가 아는 신문사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신문사보다 앞서가는 신문사라는 생각이 든다. 인문학이 위축되는 시기에 디카시 문학상이라는 횃불을 들어 디카시의 지평을 넓혀가는 신문사, 디카시를 생활문학 순수문학의 장르로 만들어가는 신문사, 진화된 신문사로 전국적으로 좋은 디카시 시인을 발굴하는 디카시와 문학에서 가장 전통 있는 신문사로 자리매김했다. 이것은 디카시 초창기에 희생이라기 만큼 힘든 일이나 거침없이 해내는 경남도민신문사의 능력이고 좋은 디카시인들이 경남을 필두로 하여 전국적으로 늘어나고 경남을 디카시의 메카처럼 만드는 구심점 역할을 해 줌에 거듭 고맙고 갈채를 보낸다. 형하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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