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버들잎에 글을 써서(1)
기고-버들잎에 글을 써서(1)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5.16 16:01
  • 1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경자/합천 수필가
문경자/합천 수필가-버들잎에 글을 써서(1)

고향친척언니가 대구에 한번만 다녀가라는 말을 했다. 그때는 인사치레로 하는 말인 줄 알았다. 몇 번씩 안부전화를 하며 ‘꼭 한번 오너라’ 하는 말을 잊지 않고 했다. 수필집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라는 책을 읽으며 나를 초대하고 싶다고 했다. 글 속에 있는 내용을 빠짐없이 다 알고 있었다. 고향에 대한 이야기, 옛날의 추억들을 끄집어 내어 써 놓은 글을 읽을 때마다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언젠가 만나 밤새도록 이야기꽃을 피우자 하고 생각은 했지만 사람 사는 일이 맘대로 되지 않았다. 올해는 꼭 만나자 하고 맘을 먹었더니 코로나19가 와서 방해를 했다. 하필이면 그때 그렇게 무서운 것들이 찾아올 줄 몰랐다. 서로 조심하며 마스크를 벗고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기다렸다. 2023년도 4월이 되어도 여전히 사람들은 떨쳐버릴 수 없는 예쁜 마스크를 쓰고 있다.

집안일을 끝내고, ‘빨래터에 가고 싶다’는 글을 쓰고 있는데 전화가 울렸다. 대구에 사는 언니였다. 전화를 받았더니 이번 주에 다녀가라며 안부 인사도 하기 전에 전화를 끊었다. 아! 정말 이번에는 꼭 가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생 추자도 같이 오라고 하였다. 당장 추자에게 자초지종 대구 언니의 통화내용을 알려주었다. 추자는 “언니 전화 끊어봐. 아들 병준이에게 동대구역 표를 구할 수 있는지 알아보겠다”는 말을 했다. 몇 분 후 병준이가 “안녕하세요. 이모. 방금 엄마한테 얘기 듣고 제가 대구 티켓 왕복 끊어서 보내 드려요” 카톡으로 보내온 티켓을 보고 참 좋은 세상이구나 하고, 확인을 하였다.

4월 10일~11일 1박의 여행을 동생과 함께 가기로 약속했다. 초행길이라 걱정은 되었지만 둘이 가니 마음이 놓였다. 여행을 처음 가는 것도 아닌데 행복하고 즐거운 기분은 다른 때와 달랐다. 꽃무늬 배낭을 꺼내 잠옷, 세면도구, 핑크색 모자, 기초화장품, 충전기, 초콜릿 등 배낭이 빵빵했다. 잠을 청해도 눈은 반쯤 감겼다.

눈을 뜨자마자 빠르게 움직였다. 마음은 벌써 대구로 달려가고 있었다. 분홍색 티, 검정색 바지, 체크무늬 바바리, 붉은 장미 노랑 장미가 그려진 스카프를 하고, 배낭을 메고 거울 앞에서 예쁜 포즈를 취했다. 영등포역으로 향했다. 여행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오전 10시 20분 차에 올라 지정된 좌석에 앉았다. 수원역에 도착하자 추자가 좌석번호를 찾아왔다. 드디어 대구로 가는구나. 태어나 처음 가는 곳이라 가슴이 설레고 차창 밖을 보며 감회가 새로웠다. 추자는 달콤한 ‘미니 핫브레이크’를 꺼내 내게 주면서 마스크를 살짝 내리고 먹자 하며 빨리 입안에 넣었다. 몰래 먹는 맛은 꿀맛이었다. 이야기하다가 졸다가 보니 어느새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동대구역’도착. 설레는 마음으로 내렸다.

각선역 방향으로 가는 전철을 탔다. 약 30분 걸리는 정도. 각선역에 내려 ‘찰 보리빵’을 선물로 샀다.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뒤에서 언니 목소리가 들렸다. 미리 마중을 나와 있었다. 셋이서 안고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