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버들잎에 글을 써서(2)
기고-버들잎에 글을 써서(2)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5.17 16:13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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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자/합천 수필가
문경자/합천 수필가-버들잎에 글을 써서(2)

집으로 가는 방향으로 나가 택시를 잡으려고 손을 흔들어도 모두 야속하게 쌩쌩 지나가는 사이에 언니는 야채 가게에서 미나리를 3,000원 주고 샀다. 겨우 택시를 타고 앞좌석에 앉은 언니는 “요리 조리 모티 돌아서 또 모티를 꺾어서 앞으로 쪽 가입시더예. 저기 보이제예. 조기 세워 주우소예”하고 택시비를 내고 내렸다. 택시 아저씨는 말을 척척 알아듣고 아파트 입구에 내려주고 갔다. 사투리의 정이 뚝뚝 묻어나는 웃음을 주었다. 언니는 “아이구 너거들은 몬 알아듣제. 우짜겠노 시골 말은 이렇다.” 하며 같이 웃었다.

아들, 딸들은 결혼해서 독립을 시키고, 두 분이 살고 있었다. 베란다에 핀 부겐베리아 꽃이 너무 아름다워 눈이 부셨다. 언니는 이 꽃이 지기 전에 오기를 기다렸다며 그 앞에서 우리는 폼을 잡고 사진을 찍었다. 화장실 가는 쪽 책꽂이가 눈에 들어왔다. 무슨 책인가 하고 가까이서 보니 내 시집 <어디 감히 여자의 개미허리를 밟아> 수필집을 나란히 꽂아 두어 나는 신기했다. 집안에 나란히 꽂혀 있는 책을 보니 고맙고 감사했다. 안방 화장대 곁에도 두 권의 책이 있었다. 언니는 시간이 나면 읽어 본다고 통화를 할 때마다 읽은 소감을 말해주었다. 처음 보내준 책을 친척들과 돌려가며 보다가 어느새 없어졌다고 해서 몇 권을 더 보냈다. 어느 제목을 읽으며 누구의 이야기, 어떤 내용을 읽으며 누구의 집 이야기인지 안다고 했다. 그 중에서도 ‘고개를 들어 먼 곳을 보며’에 나오는 이야기는 김추자 집 통시(화장실)이야기 맞제 하며 너무 재미있다고 했다. 내가 써도 생각이 안 나는데 훤히 알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언니가 “너는 글도 잘 쓰고 표현도 우째 그레 잘하노.” 같이 이야기하니 더 실감이 났다.

점심은 간단하게 인절미, 쑥떡, 사과와 딸기를 먹으며 즐거운 이야기로 끝없이 웃음바다가 출렁거렸다. 재미있는 고향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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