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버들잎에 글을 써서(3)
기고-버들잎에 글을 써서(3)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5.18 16:00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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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자/합천 수필가
문경자/합천 수필가-버들잎에 글을 써서(3)

그때 동네 아이들은 콧물이 질질 흐르고, 어느 집 오빠는 여름밤 둥천에 나와 하모니카를 불어 멋져 보였다며, 어떤 언니는 부모 몰래 탈출을 시도하다가 연애도 못하고 밤중에 붙잡혀 왔다며, 술독에 취해 있는 이웃집 아저씨는 화가 나면 살림살이를 다 부숴버리고 소리소리 질러 동네가 시끄러웠다며 할 이야기가 태산보다 많았다.

동생과 나는 우리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때마다 눈물이 줄줄 흘렀다. 부유한 집도 아니고 홀 시아버지, 시누, 남편에 딸 둘을 모두 간수하며 사는 일이 얼마나 힘이 들었겠노. 너거 엄마는 착하고 솜씨가 좋았다. “너거는 그래도 할아버지가 착하게 키워 주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줄줄이 사탕처럼 달콤하고 고소한 깨소금 맛 같은 이야기에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 셋이서 한방에 누워 살살 코고는 소리에 잠이 들었다.

이튿날 아침부터 제2탄의 이야기. 기능성 침대에 차례대로 몸을 풀어 가며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세미실에서 언니네 집은 그 옛날에도 동네서 부유한 집안이었다.
사계절 꽃이 피면 동네가 훤하고 꽃동네를 방불케 하였다. 함박꽃, 매화꽃, 살구꽃, 이름도 모르는 꽃, 감나무꽃이 피면 감꽃 줍기, 빨갛게 익으면 보석처럼 달려 보기만 해도 입안이 침이 고였다. 지금은 언니의 올케가 집을 지키며 살고 있다. 언니와 함께 이야기하다 보니 시간이 흘렀다. 꼭 보고 가야 할 곳이 있다며 승용차를 타고 ‘옥련지 송해공원’에 가는 길은 초록이 수를 놓았다. ‘전국노래자랑’을 큰 목소리로 외치던 송해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기념사진을 찍었다. 언니 내외분은 차를 마시며 앉아 쉬고 있었다.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 도저히 눈을 뜰 수가 없었다. 흙먼지 바람에 모두 피신을 하였는데 유치원 아기들이 걱정되었다. 서울 가는 예약 시간에 맞추어 바로 언니네 집으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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