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효가 사라지고 있다(1)
도민칼럼-효가 사라지고 있다(1)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5.18 16:00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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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선/시조시인·작가
강병선/시조시인·작가-효가 사라지고 있다(1)

효(孝)라는 말은 참으로 아름답다. 목화송이처럼 포근하다. 이 같은 효라는 근본이 우리 민족 대대로 할아버지와 할아버지를 이어 내려왔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통해 효란 DNA를 자식에게 물려 주었다. 얼마 전에만 해도 효를 중시여기는 유전자가 우리 몸속에서 활발하게 돌고 있었다.

오래된 옛날부터 선조들은 효를 근본으로 삼았으니 곳곳에 효자 효녀 비와 효부 비가 세워졌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는 효자 효녀를 발굴하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 우리 세대만 해도 어렸을 때부터 대가족 형태를 이루고 효를 배우며 살았었다.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가지므로 생을 다하는 날은 제삿밥을 얻어먹기 위함이라고 말했던 어른들을 보고 살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갑자기 농경문화에서 산업화 여파로, 흔히 말하는 세상이 변한 것이다. 6~7십 년에 몰아친 서울 바람으로 단봇짐을 싸기 시작했던 이때부터 효가 사라지는 지름길로 들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웃어른을 봉양하고 섬겼던 효도라는 단어를 6~7십 대의 아랫세대인 신세대층에서는 효란 말을 별로 사용하지 않는다. 어느 땐가부터 핵가족화가 되고부터는 자녀가 결혼과 출산을 거부한다. 효의 근본인 자식을 낳지를 않으니 3, 4포 세대에 이어 5, 6포 세대가 늘어나고 있으니 우리나라 장래가 암담하다.

베이비 붐 세대만 하더라도 대를 이을 아들을 생산하지 못하면, 조상에게 크나큰 불효를 한다는 의식이 잠재해 있었다. 나이 스물이 되기 전에 늦다 싶어도 스물 중반이면, 시집·장가를 가서 아들, 딸 생산하기에 들어갔었다. 이목구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거나 지체 중 어디가 부실한 장애인이라 해도 끼리끼리 짝을 찾아갔었다. 지금처럼 아예 혼인을 거부한다거나 부모를 의지해서 혼자 살아가기를 하는 자식은 없었다. 옛날엔 아기를 갖고 싶어 했지만 불임 부부가 많았다. 결혼한 부부가 자식을 갖지 못하면 무조건 여자가 회임을 못 한 거로 간주를 하였었다. 남편이 무정자증 상태일 수도 있고 번식기능에 이상이 있어서라는 건 아예 무시 되었었다.

결혼한 부부가 자식을 생산하지 못하면 아내는 애먼 여자가 되어야 하는 억울함을 누구에게 하소연도 할 수 없었다. 요즘처럼 부부가 병원에 가서 불임 원인을 찾아보려는 건, 생각도 하지 못하던 때였다. 용한 점쟁이를 찾았다가 조상귀신 때문이라는 터무니없는 말을 듣기도 했다. 거금을 들여 굿을 하고 절에 찾아가 100일 기도를 한다든지 온갖 정성을 다 쏟았다. 결국은 여자 나이 마흔이 넘으면 남편은 다른 여자를 찾아 작은 마누라를 맞아들여도 남편을 탓할 수도 없었다. 그런가 하면 딸만 낳고 아들을 낳지 못하는 부부에게는 역시 아내에게 그 책임이 돌아왔었다. 이 얼마나 억울한 일이냐 말이다. 여자는 남자가 뿌려 놓는 씨앗을 잘 가꾸는 역할밖에는 할 수 없지 않은가 말이다. 씨앗을 밭에다 뿌리는 자가 남성 씨를 뿌렸다면 원래 심었던 대로 아들이 태어났을 것이다.

고향 마을에서 있었던 얘기다. 딸만 일곱을 낳고 여덟 번째에 아들을 낳은 집이 있었다. 사이사이 아들이 태어나면 좋으련만 줄줄이 일곱씩이나 여아만 태어날 때는 본인의 심정은 타들어 갔을 것이다. 남편과 부인이 기가 죽어 살면서 심산유곡을 찾아 기도하고 정성을 들였었다. 죽기 아니면 살기로 매달리더니 아닌 게 아니라 아들을 끝내 품에 안고는 더 낳기를 포기하는 거였다. 이처럼 아들을 낳기를 원하게 된 이유를 몇 가지로 나열해 보면, 대가 끊기게 되어 조상에게 불효가 되며 죄가 된다고 믿었었다. 제사를 지내 주는 것은 아들이라야 제사를 지낼 수 있으므로 제삿밥을 얻어먹기 위함도 있었다. 또 다른 이유는 노후를 아들에게 의지한다는 것이다. 힘든 농사일은 자식에 맡기고 손자를 안고 마실을 다니며 사는 것을 최대 복으로 쳤다.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본능이 크게는 변하지 않았다고 본다. 자기가 낳은 자식을 품에 안을 때 행복을 느끼는 것은 인간의 본능으로 크게 변하지 않았으리라. 그렇지만 위에 열거한 아들을 원했던 이유에 대해, 요즘 신세대라 칭함을 받는 세대에선 별 관심이 없는 것처럼 비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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