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개념의 붕괴시대
진주성-개념의 붕괴시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5.23 15:5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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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개념의 붕괴시대

‘저러면 안 되는데’ ‘저건 심하다’ 하고 여러 사람이 걱정하거나 곱잖게 보는데도 ‘뭐 어때서’하고 보란 듯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세상이다. ‘그러든 말든’하고 방관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그럴 수도 있지’하고 동조하는 사람도 늘어난다. 진취적이기보다는 폐쇄적이고, 개성적이기보다는 독선적이고, 미래지향적이기보다는 안주의 집착이고, 여유보다는 단순하고, 이성적이기보다는 비상식적이고, 인정적이기보다는 타산적이며 자기만족에 몰입하면서 남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한다.

사고의 오류이다. 사회공동체라는 개념이 무시된다. 내 좋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어울리는 것도 속박이라 생각하고 소통이나 나눔을 간섭이나 침해로 보며 인연을 구속의 올가미로 본다. 남이 뭐라고 하든 말든 내 하고 싶으면 하고 산다. 간섭하지 말라는 것이다. 남들이야 혐오스럽다 하든 말든 내 좋아서 하는데 뭐가 어떠냐는 식이다. 상식적인 개념의 공감대가 무너지고 있다.

원칙과 기준이 무너져서는 안 된다. 원칙과 기준은 항시 없는 듯이 있어야 한다. 원칙과 기준이 깨어지고 상식이 무시되면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불러온다. 인간은 이상향에 근접하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한다. 그러려고 밑그림을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틀을 짜고 설계한다. 많은 사람이 옳다고 하면 원칙이고 여러 사람이 바르다고 하면 기준이며 많은 사람이 그래야 한다고 하면 상식이다. 이를 갖추어야 미래 예측이 가능하다. 하지만 ‘아무러면 어때’ 무원칙이다. ‘이러면 어때서’ 기준이 없다. ‘그럴 수도 있지’ 비상식이다. 합리적 사고는 무시되고 공감에서 멀어져 혼란을 유발하며 불확실성의 미래를 불러온다. 이로 인한 피해는 자신만이 지는 것이 아니다. 공존의 틀이 깨어진다. 문제가 문제로 보이지 않게 되어 옳고 그름의 분간이 없어 공동체 의식이 없어져 반목과 질시로 사회가 혼란스러워진다. 와해다. 붕괴다. 이해받지 못할 독선이 이반을 불러오고 단절의 벽을 만든다. 고립이다.

흔히 틀에 갇히면 발전성이 없다고 한다. 맞다. 그러나 그 틀이라는 것을 잘못 알고 있다. 틀은 상식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 누구나가 수용하는 공감대의 바탕 위에서만 가능하다. 여러 사람이 옳다고 해야 원칙이고 여러 사람이 맞다 해야 기준이며 여러 사람이 공감을 해야 상식이다. 나는 모두를 충족하고 있나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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