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스승의 덕망
진주성-스승의 덕망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5.25 16:4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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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
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스승의 덕망

5월 스승의 달에 오래전에 교사를 했던 친구로부터 들었던 흐뭇한 이야기가 생각난다. 어떤 학생이 옆 친구가 새 시계를 가지고 있는 것을 보고 그 시계가 너무 갖고 싶었던 그는 친구의 호주머니에 있던 그 시계를 훔쳤다. 잠시 후 시계가 없어진 것을 안 그 친구가 시계를 잃어버렸다고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그러자 선생님께서는 “교실에서 시계 잃어버린 학생이 있는데 훔친 사람은 부디 돌려주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돌려주기 싫었던 그 학생은 자기가 아닌 척 시치미를 떼고 있었다. 그러자 선생님은 문을 닫고, 학생 모두에게 일어서서 둥그렇게 서라고 하셨고, 학생 모두에게 시계를 찾을 때까지 눈을 감고 있으라고 했다. 선생님은 시계만 찾을 것이라 하시면서.....

학생 모두는 선생님 말씀대로 서서 눈을 감고 있었고, 선생님은 차례차례 주머니를 뒤져 보시다가 그 학생의 주머니에서 시계를 찾았는데, 시계를 찾고 나서도 끝까지 모두의 주머니를 뒤져 보셨다. 그리고 선생님은 “시계를 찾았으니 이제 눈을 떠라”고 하셨다.

선생님은 누가 시계를 훔쳤는지 말씀하지 않으셨고, 시계를 훔친 학생에게도 아무 말씀도 하지 않았다. 선생님은 시계를 훔친 학생의 명예를 영원히 살려 주었고, 그는 그날 앞으로는 절대로 남의 것을 탐내는 도둑이나 나쁜 짓 하는 사람이 되지 않겠다고 굳게 결심했다. 선생님은 그 시계 사건에 대해선 한 마디도 말씀하지 않으셨고, 학생은 선생님이 무엇을 원하시는지 분명히 깨닫게 되었다.

그 학생은 선생님과 같은 훌륭한 교육자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하고 세월이 한참 흐른 뒤 교사가 되었고, 그는 교육자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다. 5월 스승의 날에 옛 스승을 찾은 그는 선생님께 “선생님 옛날 시계 도난 사건 기억하십니까?” 하고 물었다. “시계사건? 기억하고말고. 내가 모든 학생들 주머니를 뒤졌던 것도 다 기억해. 하지만 누가 훔쳤는지는 지금도 몰라. 나도 눈을 감고 뒤졌기 때문에 누구의 주머니에서 나왔는지는 모르지...”

눈을 감고 시계를 찾았던 선생님, 시계를 찾은 뒤에도 끝까지 모두의 호주머니를 다 뒤지고 난 후에 눈을 뜨라고 했던 선생님의 깊고 참된 뜻이 하늘보다 높다. 지금은 옛날보다 경제적 문화적으로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다. 그러나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고 한다. 존경받는 스승도, 스승을 존경하는 학생도 옛날보다 못한 것 같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고 했고,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 했다. 모두가 각성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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