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믿음 지옥, 불신 천국?
도민칼럼-믿음 지옥, 불신 천국?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5.25 16:4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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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믿음 지옥, 불신 천국?

아침부터 보이스 피싱의 문자로 하루를 시작하는 나라들이 이 지구에 얼마나 있는지 궁금하다. 자고이래(自古以來)로 인간사는 세상, 거짓도 있고 참도 있고 진실도 있고 사기(詐欺)도 있지만 갈수록 남 등치는 것이 만연한 세상을 살아가자니 겁이 난다.

그동안 다단계로 2조를 착복한 제이유의 주수도 사건이나 피해 금액만 5조라는 조희팔 사건도 있었지만 투자를 명목으로 시작하는 사기다보니 재판부에서 피해자의 욕망에도 단죄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경제사범에게 관대한 우리나라 법이 그 반증이다. 돈이 우선이고 최고인 자본주의 세상에서 돈 때문에 사람이 죽기도 하는데 그 돈을 가지고 장난치고 우려먹는 것에 대해서는 왜 중한 벌이 내려지지 않을까?

더구나 요즘은 그냥 잠깐의 실수로 재산을 갈취당하는 일들이 빈번하다. 카카오톡 단톡방에는 확실하게 아는 이가 아니면 누가 보낸 청첩장을 함부로 누르지 말라고 한다. 누르는 순간 7000만원을 날렸다는 뉴스가 나온다. 400억을 강탈해 간 ‘김미영팀장’ 보이스 피싱을 시작으로 ‘엄마 나 폰 잃어버렸어. 여기로 전화해 줘’라는 문자 피싱도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여전히 당하는 사람이 많다. 내 지인의 언니도 근래 당했단다. 그러다 보니 모든 것이 다 믿지 못할 일이 되어버렸다. 기한 내에 납부해야 할증이 없다고 세무서에서 문자를 보냈나본데 무시했다가 체납금을 내게 생겼다는 친구의 볼멘소리를 들었다.

얼마 전 미국에서 살다 한국으로 귀향하고 싶다는 이의 문자를 받았다. 일면식은 없지만 지리산행복학교를 운영하다보니 종종 그런 연락을 받아온 터라 별 의심 없이 문자를 주고받았다. 일자리를 원한다고 해서 어떻게 조언해야 하나 궁리하는데 옆에서 보던 친구가 그러다 사기를 치는 일이 요즘 많다며 덥석 약속을 잡지 말라고 조언을 한다. 문자로 가까워지고 나서 어떤 부탁을 했을 때 과연 모른 척 할 수 있을까? 미리 고민이 앞섰다. 결국 망설이다 시간이 어려울 것 같다고 사무적으로 답해버렸다. 누군가 나의 도움을 원하면 할 수 있는 한 도와주고는 했는데 점점 뒤로 물러서게 된다. 가진 것이 없어 딱히 사기당할 일은 없다 싶지만 보이스 피싱에 걸리면 대출도 받아서 착복한다는 말을 들으니 마이너스 통장이 걱정되었다.

그래도 인생을 한 오십 여년 넘게 살면 사람도 가리게 되고 무턱대고 믿지는 않아서 쉽게 사기에 넘어가지 않지만 이제 갓 사회초년생들은 날벼락을 겪는 경우가 왕왕 있다. 시골에서 도시로 유학 가서 매월 내는 월세가 부담스러워 전세대출 융자를 받은 젊은 친구들이 졸지에 집에서 쫓겨나는 전세 사기가 대표적인 예다. 자기가 세 들어가는 집주인의 국세청 체납 사실 확인만 가능했어도, 집 감정가 공개제도만 있었어도, 다세대 주택이나 빌라 전체의 전세금이 감정가를 넘을 수 없다는 규정만 있었어도, 중개인이 사기에 가담하면 무거운 형벌을 내려 아예 엄두를 못 내게만 했어도, 나라에서 운영하는 LH토지공사가 계약하면서도 구멍이 나니, 도대체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 이 땅의 집 없이 사는 젊은 친구들은 몇 천만 원에도 자신의 현재 능력에 비례해 감당해야 하는 무게가 큰 경우, 그러면 안 되겠지만 죽음을 떠올릴 수밖에 없고 현재도 죽어가고 있다.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서 개인 간의 계약에 국가가 얼마나 관여할 수 있겠느냐고 하지만 국가가 제대로 된 법을 만들지 않아 피해를 본 경우, 그 책임을 모른 척 해서는 안 된다. 24일 특별법이 발표되었다. 무이자니 저리 대출이니 하지만 어쨌든 빚은 고스란히 지고 가야 하는 상황이다. 특별법 발표 뉴스와 함께 한 전세 피해자가 또 자살했다는 뉴스를 듣는다.

6월 10일 ‘다 같이 놀자~ 행복 한 바퀴’라는 지리산문화예술학교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누구나 오라고 초대를 하지만 여기까지 올 수 있는 이들은 그나마 행복한 이들이다. 이런 세상 우리끼리만 행복해도 되는가? 가슴이 답답하다. 하지만 다 같이 슬퍼한다고 해결이 되는 건 아니기에 상식 있는 건강한 이들이 스스로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끌어 올려 잘 놀고 그 힘으로 이 세상의 값어치 있는 일에 동참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나는 또 내 일을 한다. 그리고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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