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골프, 힘을 빼자
아침을 열며-골프, 힘을 빼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5.29 15:32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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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익열/경상국립대학교 휴먼헬스케어학과 교수-
박익열/경상국립대학교 휴먼헬스케어학과 교수-골프, 힘을 빼자

5월 말 때 아닌 강력한 2호 태풍 마와르(MAWAR, 장미(말레이시아語))가 괌(Guam)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일본과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고 있어 관계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태풍 마와르와는 관계없지만 우연히도 지난 어린이날과 이번 석가탄신일 연휴 동안 내리는 비는 야속할지는 모르겠지만 벼농사를 준비하고 있는 농민들에게는 반가운 비가 아닐 수 없다.

‘가을 골프는 빚을 내서라도 쳐라’는 골프 격언이 있는데 지금의 시기는 가을 골프 못지않게 최상의 컨디션으로 내장객을 맞이하고 있다. 흐드러지게 핀 금계국의 향연(饗宴)은 물론 걸으면서 느껴지는 발바닥의 부드러움은 계절이 선사하는 최고의 선물이다. 최근 골프 지인들과 대화 중에 골프는 자세보다 타수(score)가 중요하니 결과가 중요하니 떠들면서 골프 초보자와 같은 마음으로 농담을 주고받았다.

우리 모두가 아는 바와 같이 실제 대회에서 자세보다 타수로 우열(優劣)을 가린다. 무용과 같이 상상력을 동원하는 아름다운 자세 등으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골프 힘 빼기’까지 대화가 진전되었다. 이쯤 되면 골프 고수(高手)의 반열(班列)이다. 필자(筆者) 역시 15년의 구력에서야 힘 빼기가 뭔지 터득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골프계에서도 ‘힘 빼는데 3년’이란 말도 있지만 무려 15년이 걸렸으니 어지간히도 몸치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제라도 터득했으니 골프 스윙에 대한 새로운 안목(眼目)을 가지게 되었다.

누구나 처음 골프를 접하게 되면 귀가 따갑게 들어야 되는 말이 ‘힘을 빼라’라는 말이다. 너무 많이 들어서 그런지 그 말이 와 닿지 않았음이 지금까지의 골프였다. 쉽게 말해서 지금까지 골프채를 막대기처럼 휘둘렀다는 것이다. 이런 막대기 스윙은 익히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익혀서 숙달되면 공의 자유도(自由度)나 낮다(정확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사격(射擊)의 탄착군(彈着群이)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점은 거리는 나지 않고, 공이 찰지게 맞는 맛도 없고 찍어치는 것이 아니라 쓸어치는 느낌의 스윙이라 사철 푸른 양잔디에서는 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연습량으로 어느 정도의 타수가 보장되었던 터라 생각이 바뀌지 않았다.

그러다가 중년과 노년의 골프를 계획하다가 어느 유튜브(yotube) 영상을 접하게 되었고 그 영상을 지속적으로 이미지트레이닝(image training)하다 보니 어느 순간 터득(攄得) 혹은 득도(得道)가 된 것이다. 그 순간 필자의 입에서는 저절로 “미쳤다”라는 탄성이 튀어나왔다. 그때의 황홀한 순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지금도 미소가 지어진다. 손끝에 전해지는 찰싹거리는 손맛, 공이 찍혀 맞았을 때 경쾌한 타구음(打球音) 그리고 솟구쳐 올라가는 탄도(彈道)는 그야말로 황홀했다. 더구나 실제 골프장에서 아이언(iron)이나 웨지(wedge) 스윙 후 생겨나는 지폐 천원 크기의 디봇(divot, 자국)은 한층 더 샷의 재미를 더해 준다. 지금까지 그렇게도 생기지 않았던 디봇이 생기니 신기하고 마치 선수가 된 듯하다.

지금까지 골프 교습가들이 입이 불어터져라 외쳐대던 ‘채(club)를 던져라!, 채를 뿌려라!, 채를 휘둘러라!’라는 말들은 결국 힘이 빠져야 가능하다는 것을 통렬하게 반성하고 느낀 것이다. 채를 채찍처럼 다루고 싶다면 온 몸이 아니라 손목의 스냅(snap)만으로도 충분히 휘두르기가 된다는 것이다. 지난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단순히 한 손으로 팽이채를 휘두른다고 생각해보자. 팽이채 휘두름에 온몸을 사용할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접었던 팔을 펴면서 손목의 스냅이면 충분하다. 골프채 또한 잘 유지된 자세에서 접었던 팔을 펴면서 골프채를 공을 향해서 휘두르면 저절로 공이 맞게 되는 것이다. 단, 모든 것의 근간(根幹)에는 힘 빼기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골프든 인생이든 힘을 빼면 스윙이 부드러워지고 인간관계도 부드러워진다. 남은 골프 인생 제발 힘 빼고 쳐보자. 골프의 신세계가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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