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조용필의 ‘Seoul Seoul Seoul’
도민칼럼-조용필의 ‘Seoul Seoul Seoul’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5.29 15:32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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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옥/시인·창신대학교 명예교수
이상옥/시인·창신대학교 명예교수-조용필의 ‘Seoul Seoul Seoul’

지난 주말 심산문학진흥회 이사회 참석 차 서울을 다녀왔다. 외국의 많은 사람들이 코리안 드림을 품고 오고 싶어 하는 글로벌 도시 서울이지만 대한민국 여권 소지자로서는 최남단 고성에서도 버스로 4시간 정도면 언제든 쉽게 갈 수 있다.

고성시외버스터미널에도 유료 주차장이 새로 생겨 고향 집에서 승용차로 금요일 오전 10시 20분에 출발해 고성버스터미널까지 20분이 채 안 걸려 도착해서 파킹을 하고, 오전 10시 50분 버스를 타고 서울남부버스터미널에 오후 3시경 도착했다.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홍대입구까지 지하철을 타고 가니 약속 시간이 여유가 있어 인근 대로변 커피숍에서 잠시 커피를 마시며 유리창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눈을 지니고 있어 그렇겠지만 영화 속의 한 장면 같았다. 커피숍에서 도보로 200미터 정도의 약속 장소로 가서 저녁을 먼저 먹고 이사회 회의에서 여러 안건을 처리했다.

서울 거리에서 만나는 젊은이들은 선남선녀 같고 하나같이 모두 얼굴에서 광채가 났다. 서울남부버스터미널 인근에서나 지하철 안에서나 홍대입구역에서 만나는 젊은이들이 모두 그랬다. 30여 년 전 홍대 박사과정을 밟을 때 다녔던 서울 거리와는 사뭇 달랐다. 그때와 지금의 서울이 어찌 같겠는가. 서울 거리에서 외국인을 만나는 것도 일상이었다. 대충 10-20프로 정도가 외국인처럼 보였다. 새삼스럽게 서울이 글로벌 도시라고 운운하는 게 너무 식상하지만 이번 서울 나들이하며 갑자기 떠오른 노래가 조용필의 ‘서울 서울 서울’이었기 때문이다.

‘서울 서울 서울’은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서울과 올림픽을 홍보하기 위해 조용필이 만든 노래다. 양인자 작사 조용필 작곡이다. 유튜브 검색으로 제24회 서울올림픽 100일 전 축제 MBC 특집방송에서 젊은 날의 조용필이 출연해서 “오늘이 올림픽 100일 전입니다. 서울 올림픽을 좀 더 빛내고자 이 노래를 만들었다”고 말하며 ‘서울 서울 서울’을 열창하는 것을 봤다. “서울 서울 서울 아름다운 이 거리/ 서울 서울 서울 그리움이 남는 곳/ 서울 서울 서울 사랑으로 남으리/ 워 워 워 Never forget oh my lover Seoul/ 이별을 알면서도 사랑에 빠지고/ 차 한 잔을 함께 마셔도 기쁨에 떨렸네/ 내 인생에 영원히 남을 화려한 축제여”(‘Seoul Seoul Seoul’ 일부)

화합과 전진이라는 테마로 동서 냉전 체제 하에서도 분단국가인 한국에서 치러진 이 대회에 공산국가인 미수교국이 대거 참가해 88서울올림픽은 조용필의 바람대로 세계평화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이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함으로써 정치·경제·문화적으로도 세계로 도약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조용필이 “서울 서울 서울 아름다운 이 거리”라고 노래한 것은 서울의 미래고 꿈이고 비전이었지 현재는 아니었다. 88서울올림픽 이후 35년이 지난 서울의 거리를 걸으며 조용필의 노래가 현실화된 것을 목격했기 때문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던 것이 아니었겠는가. 1988년 조용필 10집 앨범에 타이틀곡으로 영문 표기된 ‘Seoul Seoul Seoul’은 큰 히트를 하며 국민들의 애청곡이 된 것은 물론이다.

베이비부머 세대로 서구 유럽 선진국을 부러워하며 늘 열등의식에 젖어 산 세월이 그 얼마였던가, 눈부신 서울 거리를 일등 국가 대한민국 국민으로 자부심을 지니고 거리의 외국인들을 보면서도 주눅 들지 않고 어깨를 펴고 당당히 걸으며 조용필의 ‘서울 서울 서울’을 흥얼거린 것이 어찌 우연이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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