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효가 사라지고 있다(2)
도민칼럼-효가 사라지고 있다(2)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6.01 16:04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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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선/시조시인·작가
강병선/시조시인·작가-효가 사라지고 있다(2)

그때는 어찌 되었거나 서울만 올라가면 얼굴이 하었다. 얼굴이 살이 쪄서 포동포동했다. 신고 입고 영국 신사가 되어 설이나 추석 명절에 고향을 찾은 사람들을 보며 부러워했었다. 이를 보고 어지간한 젊은 사람들은 도회지로 떠났다. 벌어먹고 사느라, 효를 가르친다거나 가정교육은 소홀할 수밖에 없다.

경제가 성장하고 따라서 가내 소득도 높아지며 생활 수준이 높아지다 보니, 우리의 2세들에게도 교육 환경이 바뀌게 된 것이다. 어린이집을 가고 유치원에 가고 각종 학원에서 자녀들을 맡았다. 내 어릴 때는 냉이와 쑥을 뜯으며 냇물에 나가 다슬기를 잡을 때는 아버지가 맛있게 잡수는 모습을 떠올렸었다. 부모 봉양하는 효를 배우며 살았었다. 요즘 같으면 유치원 갈 나이고 여자아이가 아닌 사내아이가 아니던가. 내가 뜯어 온 걸로 어머니가 나물을 무치고 쑥국을 끓여서 아버지 밥상에 오르는 것을 보고, 뿌듯해했던 기억은 70 나이가 넘도록 생생하기만 하다.

그런데 도시 생활하면서부터는 생활환경이 하루아침에 달라졌다. 자녀가 들에 피어나는 나무와 풀과 냇물이나 자연을 대하지 못하며 자랐다. 어린 나이에 유치원에 가는 자녀들이 글자 공부와 노래와 율동만 했다. 효를 자연 속에서 직접 체험하지 않은 채 자랐던 거다.

요즘 자녀들은 대부분이 대학 교육을 받은 고급 인텔리로 변신했다. 그러나 우리처럼 산과 들이나 물에서 단련된 체력이 아니다. 자립심이나 부모를 봉양하는 효심을 기르는 훈련이나 공부가 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그렇지만 이들이 가정을 꾸리더니 부모 위하는 일은 등한히 하면서, 자식들에게 쏟는 정성은 실로 눈물겹다.

어렸을 때 아버지에게 들은 일화이다. 홍수가 난 강에 아들과 아버지가 함께 떠내려가고 있었다. 남편은 아버지를 먼저 구하고 아들을 구하려 했다. 그러나 이미 물살에 휘말리고 말았다. 아내가 아들을 먼저 구해야 하지 않느냐고 노발대발했다. 이에 남편이 했던 말은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영원히 볼 수 없을뿐더러 나를 낳아주신 분이다. 그렇지만 아들은 또 낳으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고 하셨던 말씀이 잊히지 않는다.

이처럼 효를 배워야 할 자식들이 어릴 때는 부모님들이 농촌에 살고 있었고, 핵가족화 영향으로 효와 자립심을 길러주지 못했다. 이런 가정 교육이 부실했던 것도 우리 부모 책임이라고 봐야 한다. 요즘 자식들은 결혼하면 분가하여 떨어져 산다. 저네들 자식들에게 역시 사랑과 정성을 다 쏟는다. 그러나 효 예절을 공부시키는 것에 게을리하는 것처럼 보이니 효라는 단어가 영원히 사라질 것 같아서 아쉽다.

우리나라에 효와 출산율이 동반해 저조해지고 있으니 장래가 암울하다는 뜻있는 사람들의 걱정이다. 대가족을 이루고 부모를 봉양하며 사는 모습을 보고 외국인이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칭송이 자자했었다. 이런 나라에서 효(孝)가 완전히 사라지게 되는 것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다음은 내가 운영했던 카페에 부모님 은혜와 효도에 관한 글을 보고 친구가 댓글로 나를 위로하며 격려해준 말이다. ‘낳으실 때 괴롬 다 잊으시고 기르실 때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이런 부모님의 은혜는 어이, 말로 표현하겠는가. 이제는 부모님이 안 계시는 자네의 처지와 나의 처지가 같네. 그리고 우리처럼 나이 많은 사람들은 보릿고개 넘던 시절에 사람 사는 모양은 내나 너나, 모두가 별반 다른 사람이 있겠는가. 그렇지만 효란 근본은 깨트리지 않았었지. 그런데 이미 변화된 세상에서 효가 사라져 버렸으니 이제는 내 앞길이 중요하다네. 과거는 지난 것, 흘러간 물이라네. 현재는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옳은 것이라고 말하고 싶네. 이래서 건강이 제일이고 행복이 다음이라 한다네. 이처럼 남은 삶을 사는 것도 앞서가신 부모님께 중요한 효도라네.’

이미 사라진 효를 복원시킬 수 없다는 말이다. 이제부터라도 나를 위해 몸 건강하게 열심히 사는 것이 돌아가신 부모님에게 효도하는 것이라는 친구가 나에게 위로 차 했던 말이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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