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15년, 행복의 비밀
도민칼럼-15년, 행복의 비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6.08 16:3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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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15년, 행복의 비밀

2009년 시작했으니 어느새 1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지리산학교로 시작해서 지리산행복학교 그리고 현재 지리산문화예술학교로 이름은 변했지만 내용은 전과 다르지 않다. 학교라는 명칭을 사용하지만 우리는 문화예술을 매개로 하는 놀이터를 만들어 놀고 있다. 초등학생부터 70대까지 연령도 다양하다. 직업은 더 다양하다. 퇴직자부터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 교수, 공무원, 신성한 노동자 농부까지 그러다 보니 교사와 학부형이 만나는 일도 있고 친환경 먹거리로 인연을 맺었다가 같은 학생으로 만나 우의를 다지기도 한다.

그러면 묻는다. ‘학교가 어디에 있어요?’ 우리 학교는 아마도 대한민국에서는 캠퍼스가 가장 클 것이다. 학교는 지리산과 섬진강 자락 전부를 사용한다. 움직이는 학교, 열린 학교가 모토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교실 공간은 그때그때마다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숲샘 최세현 선생님이나 산야초반 강성배 선생님, 지리산풍경반 전승수 선생님의 교실은 매번 공간이 달라진다. 초록걸음반은 둘레길이 교실이고 산야초반은 들과 산이, 지리산풍경반은 지리산 골짜기와 능선이 수업 장소이기 때문이다.

그곳에 가서 시를 읊기도 하고 사진을 찍기도 하고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주말마다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서 가족이 모두 올 수 있다. 이미소 선생님의 도자기공예반은 가족이 다닌다. 배종숙 선생님의 커피앤티반은 자매들이 다니기도 한다. 한 달에 한 번 떨어져 사는 가족이 만나 우애를 나눈다. 무아 선생님의 전통각자반은 동네 선, 후배가 함께하고 정성모 선생님의 와인아카데미반은 지역의 농부들이 2차 산업을 위하여 머리를 맞대기도 한다. 인생의 후반, 흥을 나누며 살고 싶은 이들은 소리꾼 서은영 선생님의 풍류반에 모여 사철가를 부르고 민요를 흥얼거린다. 미디어시대에 관심이 많은 김정근 감독의 동영상 촬영반은 실력 있는 학생과 완전 초보인 학생이 함께해도 어색하지가 않다. 문학하는 이들 사이에서 요즘 핫한 디지털카메라와 시를 접목한 디카시반은 별사진가이자 시인인 이원규 선생님을 따라서 휴대폰을 들고도 은하수를 찍으러 다닌다.

그러면 이곳에 오는 학생들은 여유가 많고 부자냐고? 천만에 말씀이다. 개인의 주머니 사정이야 모르지만 대부분 그냥 소시민이다. 돈이 많아서 이곳을 오는 게 아니고 돈 보다 더 소중한 것을 얻으려고 이곳에 온다. 우리는 처음부터 편 나누는 정치적인 이념과는 상관없이 어울렁더울렁 살자고 이 학교를 만들었다. 권위를 따지기보다 친근함을 더 중요시했고 여기에 와서 만이라도 세상사 근심을 잊어버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판을 열어왔다.

그러니 오시라! 6월 10일, 웃겨서 배꼽 빼는 MC 조화성과, 별바라기, 술술밴드, 유현웅마술사, 판소리, 연주 등을 하고 11일 오전에는 전유성 선생님의 조찬 개그도 준비하고 있다. 전라도와 경상도가 어우러지는 하동군 화개장터 그 뒤편, 다향문화센터 야외무대에 잔칫상을 펼치고 앉아 고문 우두성 선생님, 김인호 시인 두 분과 친절 명랑한 교무간사 백정희 선생이랑 여러분을 반갑게 맞이하려고 한다. 행복은 당신이 찾아 나설 때 곁에서 말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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