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스마트폰의 인성 파괴
진주성-스마트폰의 인성 파괴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6.13 16:0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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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스마트폰의 인성 파괴

오래전에 암스트롱이 달에다 발을 딛고 서는 순간 계수나무도 흔적 없이 사라졌고 옥도끼도 금도끼도 행방이 묘연하고 떡방을 찧던 토끼도 다른 별나라로 달아나버렸다. 할머니 이야기를 듣던 손녀가 커서 할머니가 되어 손주에게 실컷 해주던 이야기를 암스트롱이 다 까발려 버려서 할머니는 거짓말쟁이가 되고 전래동화책은 민망해서 숨어버렸다.

당시야 과학은 달보다도 더 먼 곳에 있었고 오로지 천지신명에 대한 지극한 정성만이 믿음의 저울대 위에 있을 때라서, 우리 할머니들은 초승달 보고도 두 손 모아 빌었고 보름달 높이 뜨면 정화수 떠 놓고 빌고 빌던 숭배의 대상이었다. 그러면서 무릎에 앉힌 손주에게도 하늘이 감동하는 품행을 지니며 커 주기를 바라며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옛이야기를 수도 없이 만들어 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수입한 ‘백조 왕자’도 안 믿고 ‘백설 공주’와도 헤어졌다. 걸핏하면 폭파하고 때려 부수고 총 쏘고 죽고 죽이는 스마트폰을 끼고 산다.

어떤 방송에서 영유아의 스마트폰 관심도를 조사한 내용을 발표했다. 첫돌도 안 지난 젖먹이 네 명 중의 한 명은 이미 스마트폰을 보고 즐긴다는 뉴스를 보고 가슴이 철렁했다. 무지개도 아니고 꽃도 나비도 아닌 괴상하게 생긴 외계인이나 흉측한 괴물 아니면, 어마어마하게 큰 로봇이 나와 인간과도 싸우고 그들끼리도 싸운다. 팔과 다리가 몇 번을 잘리고 부서져도 다시 붙으며 더 격렬하게 싸운다. 사람과의 싸움에는 더 과격하고 처참하다. 생명의 존엄성이나 가치관은 있지도 않으며 총칼은 장난감이고 상상도 못 할 무기를 사용하여 서로를 죽인다. 생명은 풀잎에 달라붙은 이슬이다. 죽여야만 살고 죽이지 못하면 죽어야 한다. 이들이 스마트폰에서 뛰쳐나와 우리 아이들의 머릿속으로 파고들까 봐 섬뜩하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유월 말, 텔레비전의 뉴스에 이를 방증이라도 하듯 끔찍한 뉴스가 나왔다. 호송차에 오르기 전에 얼굴을 가린 모습만 보였지만 축소 화면에 내보낸 명함판 사진 같은 얼굴은 여염집 딸과 하나도 다를 바 없는 해맑고 앳된 아가씨였다. 묵묵부답의 첫날에 기자의 멘트가 섬뜩했다. ‘살인을 해보고 싶어서 죽였다’였다. 몹쓸 짓 한 성취감이었을까, 머리카락을 나풀거리며 발걸음도 가볍게 또래의 시신을 담은 여행용 가방을 끌며 걷는 모습이 화면으로 보였다. 맙소사! 오 신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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