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나의 재산목록 1호
도민칼럼-나의 재산목록 1호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6.15 16:38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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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선/시조시인·작가
강병선/시조시인·작가-나의 재산목록 1호

우리나라에 국보 1호는 남대문이다. 그리고 보물 1호 하면 동대문이 떠오를 테다. 이처럼, 누구 할 것 없이 자신이 보배처럼 귀하게 여기며 아끼는 물건이 있을 것이다. 집안에 가족이 함께 쓰는 물건을 빼고는 스마트 폰이나 자가용 승용차를 재산목록 1호로 삼고 아끼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싶다. 가족 공동소유인 자개가 박힌 장롱을 그렇지 않으면 금괴나 다이아몬드 같은 보석일 것이고 그림이나 고려청자 같은 골동품이 있을 것이다. 가전제품 중에 벽걸이 대형 TV나, 그랜드피아노나, 악기 종류를 재산목록 1호로 꼽는 이도 있을 것으로 본다.

옛날에 아직 휴대전화가 보급되지 않고 있을 때만 하더라도 모두가 손목시계를 차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먹고살기도 힘든 시절이었으나 웬만한 사람은 손목시계를 차고 다녔었다. 그때 50년쯤 전에 내가 아끼던 물건으로 나의 재산목록 1호였던 손목시계를 팔목에 차는 것은 우리 집 형편으로는 감히 꿈도 꾸지 못했었다. 그러나 계기가 있었다. 형님이 월남 전쟁에 참전하고 귀국할 때였다. 손목시계 하나를 선물 받았었다. 나의 재산목록 1호로 당당히 자리매김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때 내 소유 재산목록 1호였던 손목시계가 아쉽게도 내 손목에서 풀려나가야 할 일이 발생하고 말았었다. 지금으로 말하면 위염으로 인한 가슴앓이 위경련인듯싶다. 당시 고향에선 가슴에 피라고 했었다. 어머니의 위경련 치료를 위해 고향 순천에 병원을 마다하고 전주에 있는 큰 병원에 모시고 갔었다. 병원비를 치르느라, 집에 올 교통비가 없어 손목시계를 전당포에 잡히는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내 손목을 떠난, 그때 나의 재산목록 1호였던 손목시계와는 영영 이별하고 말았었다.

결혼해 살며 다시 장만했던 재산목록 1호였던 시계 대신 언젠가부터 휴대전화로 바뀌었다. 요즘에는 초등학생에서 7~8십 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스마트 폰을 갖지 않은 사람이 없다. 나는 이처럼 휴대전화를 갖고부터는 손목시계는 손목에 차지 않은 채 지금까지 살고 있다. 잠잘 때도 머리맡에 두면 옛날처럼 벽에 걸린 시계를 쳐다보며 시간을 확인할 필요가 없다. 요즘은 초등학생에서부터 중고등학생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스마트 폰을 온종일 몸에 지니고 산다. 밤에 잠잘 때도 손에 쥐고 잠이 들 정도니 국민 모두에게 사랑받는 위치에 자리잡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처음 스마트 폰을 갖게 되고 몇 년 동안은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온종일 들여다보면서 어렸을 때 읽었던 만화책에 요지경을 떠올렸었다. 조그마한 손거울이 도깨비방망이를 능가했었다. 하늘을 날 수도 있으며 물속도 다닐 수 있고 금은보화를 그리고 맛있는 과일이나 음식을 만들어 냈으며 무엇이든지 척척 만들어 내고 무슨 일이든지 해내는 요지경은 뇌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이처럼 손안에 쥘 수 있는 조그마한 요지경처럼 스마트 폰은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지금은 어느새 초등학교 6학년에 다니는 쌍둥이 손자 녀석들의 일거수일투족의 동영상을 만들어 보고 보낼 수도 있었다. 궁금한 것은 모두 인터넷에 들어가 검색해 볼 수 있으니 어렸을 때 보았던 만화책 속에 요지경 같았다.

손바닥 안에서 컴퓨터 기능을 다 해주는 스마트 폰 덕분으로, 컴퓨터를 켜고 끌 줄도 몰랐던 나는 컴맹도 면할 수 있었다. 지금은 사위가 새 걸로 바꿔 주었던 걸 쓰지만, 컴퓨터 수리점에서 단돈 십만 원에 산 중고 컴퓨터가 오랫동안 고장 한 번 일어나지 않고 충성을 다했었다.

나에게 재산목록 1위 물건으로 따진다면 컴퓨터다. 스마트 폰을 2위 자리로 밀어냈다. 당당히 1호 자리에 올라 내 친구며 비서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이제는 밥 먹고 잠자는 시간만 빼고는 컴퓨터를 켜고 들여다보고 글쓰기를 하고 있으니 스마트 폰을 대하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일찍이 카스토리로 날만 새면 서로 소통했던 그때 친구들에게 미안하기 그지없다.

처음 실버 컴퓨터 교육장에 나가 컴퓨터를 배울 때는 스마트 폰과는 또 달랐다. 정말이지 도깨비방망이와 같은 어릴 때 읽었던 만화책 속의 요지경을 떠올리면서 감탄사를 연발했었다. 요술 상자 같았고 그 신비로움에 얼마나 매료했었는지 모른다. 비록 화폐가치로 따진다면 십 년 넘게 사용한 중고 컴퓨터라 몇십만 원 하는 물건이다. 그렇지만 스마트 폰을 밀어내고 내가 아끼는 물건으로 나의 재산목록에 당당하게 1호로 자리 잡았다. 내가 가장 아끼는 보물로 자리 잡은 컴퓨터는 일 년 365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나와 함께 허심탄회하게 속삭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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