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봉 대종사/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 대종사/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천륜(天倫) 어기는 어르신 학대
지난 6월 15일은 일곱번째를 맞은 노인학대 예방의 날이었다. 노인학대 예방의 날을 굳이 기념일로 지정한 것은 우리 사회에서 언제부터인가 어르신의 권위가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면서 어르신 학대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르신들의 지혜와 지식은 밀려나고, 자식으로부터는 외면당하고 귀찮은 존재로 여겨지기에 이르렀다.
자식이 늙은 부모를 부양하는 효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도리요 가족 윤리의 근간을 이루는 덕목이다. 그렇기에 우리의 부모 역시 효를 대물림의 의무로 이어왔고 만일 그렇지 못할 경우 사회에서 불효라는 꼬리표가 붙어 사람 대접을 받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기까지 했다.
이처럼 현대사회는 천륜이라 할 효의 정신이 급변하는 사회문화에 흔들리고 변해가고 있다. 어르신 학대가 주로 가족들 간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2021년 경남에서 검거된 어르신 학대 행위자는 배우자 51명(46%), 자녀 47명(43%)으로 93%가 가족에 의해 발생했다고 한다. 가정 내에서 벌어지는 어르신 학대는 외부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지 않아 학대가 장기간 반복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도시화와 개인주의화로 치닫는 ‘핵가족사회’에선 지난날과 같은 권위나 설득력의 설 자리가 날로 좁아졌다. 누구나 언젠가는 어르신이 되지만 우리 사회는 어르신들이 학대를 당하거나 무관심 속에 방치되는 사례가 많다. 우리 사회의 어르신들이 각종 질병과 빈곤속에 고독한 노년을 보내야 하는 처지인데 학대까지 심화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물론 각박한 사회에서 부모와 자식의 인연이 늘 순탄한 건 아니다. 그렇지만 숨 쉴 힘만 남아 있으면 자식 걱정을 하는 게 부모 마음이다. 우리 모두 힘을 모아 어르신들이 걱정 없이 남은 여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나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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