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뉴노멀 시대의 디지털 노마드
도민칼럼-뉴노멀 시대의 디지털 노마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6.26 15:5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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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옥/시인·창신대학교 명예교수
이상옥/시인·창신대학교 명예교수-뉴노멀 시대의 디지털 노마드

문명의 대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코로나19 이후의 뉴노멀 시대를 산다. 오늘의 뉴노멀은 디지털혁명과 코로나19 팬데믹의 산물이라 해도 좋다. 코로나19 팬데믹 하에서 직장인들이 재택근무를 하고 학생들은 온라인 개학을 경험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6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95.75%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는데,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대 이하로 내려간 것은 14년 만이라고 한다.

이런 가운데서도 삼성전자는 이달부터 매월 한 차례씩 주 4일 근무제를 시행한다. 초일류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가 이런 위기 국면에서 주 4일 근무를 첫 시행하는 것 자체가 지금이 뉴노멀 시대임을 웅변한다. 이미 출퇴근 시간 제약도 없는 자율근무나 재택근무가 가능한 파격적인 휴가제도를 도입하거나 온라인 협업을 활용한 근무지 자유선택제로 세계 어느 곳에서나 일할 수 있는 새로운 기업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뉴노멀 시대는 삶의 중심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온택트에서 언택트로 급속하게 이동한다. 앞으로 아예 출근하지 않고 재택근무만 하는 기업도, 사이버 대학처럼 온라인 강의만 하는 학교도 더 생겨날 수도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하에서 이미 학교가 줌 같은 온라인 교육 시스템을 활용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필자도 이번에 한국에 와서 베트남 메콩대학교 학생들 대상으로 한국어 말하기 시험을 줌으로 쳐보았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디지털 혁명으로 시공이 압축된 시대가 도래했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상상도 하지 못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기존의 전통적 방식을 뛰어넘어 어느 곳에 정주하기보다 끊임없이 이동하며 삶의 지평을 넓혀가는 디지털 노마드의 삶도 가능한 환경이 도래했다. 필자 역시 시간과 장소에 구애 됨이 없이 일하는 디지털 유목민을 지금 꿈꾸고 있다.

디지털 노마드가 꿈꾸는 현실은 이렇다. “하루는 일하는 중간에 서핑을 즐기기도 하고, 어느 날은 비가 내리는 창 밖 풍경을 보면서 작업을 하기도 하고, 또 다른 날은 로마 콜로세움 근처에서 관광객을 바라보며 일한다. 이런 꿈같은 근무 환경을 실제로 체험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인터넷과 업무에 필요한 각종 기기, 작업 공간만 있으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유목민, ‘디지털 노마드’ 얘기다.”(‘네이버 지식백과’ 디지털 노마드)

이건 결코 꿈이 아니다. 신유목민으로서의 디지털 노마드는 다방면에 걸쳐 현실화되고 있다. 디지털 노마드는 프랑스 경제학자 자크 아탈리가 1997년 ‘21세기 사전’에서 처음 소개한 용어로 주로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장소에 상관하지 않고 여기저기 이동하며 업무를 보는 이를 일컫는 신조어였으나 지금은 뉴노멀 시대의 이상이다. 필자도 자칭 디지털 노마드 운운해왔지만 올해부터는 좀 더 디지털 노마드로서의 급진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실험해 보려 한다.

지금은 한국의 고향집에서 체류하고 있지만 다음 학기부터는 베트남 메콩대학교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면서도 한국에서의 주요 일정을 동시에 소화해내는 시공을 넘나드는 신 패러다임을 펼쳐보고자 한다. 김해국제공항에서 베트남 껀터국제공항까지 약 5시간 정도 걸린다. 베트남 메콩대학교는 껀터시와 인접해 있어서 껀터국제공항을 이용하면 시간이 많이 절약된다. 인천국제공항에서 호찌민공항으로 가서 택시 시간을 제외해도 호찌민에서 메콩대학교까지는 버스로 3시간 걸린다. 김해국제공항과 껀터국제공항 노선을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한국에서 베트남까지 만만한 거리는 아니지만 줌을 활용해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에 주로 체류하면서도 메콩대학교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 디지털 노마드로 한국과 베트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야심찬 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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