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의리(義理)
아침을 열며-의리(義理)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6.26 15:5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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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삼/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 스마트전기과 교수
김성삼/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 스마트전기과 교수-의리(義理)

집안에 경조사를 비롯해 궂은일 마다하지 않고 챙기며 함께하면 든든한 C사촌이 계셨다. 형제의 맏이이자 사촌들 주 연락처였던 C사촌은 몇 년 전 지병으로 가족, 형제로부터 안타깝게도 먼저 떠나버렸다. C사촌이 먼저 떠난 후 경조사 및 벌초, 모임 등 집안 행사 등으로 다른 사촌들과 만날 때면 아쉬움과 그리움에 자연스레 먼저 떠난 C사촌의 얘기가 나오곤 하였다.

5월 초파일, 즉 ‘부처님 오신날’에 산청군 소재 집안 및 가족이 평소 다니던 사찰에 예년처럼 손 거둘 겸 주차 안내를 맡아 일을 보았다. 조그마한 사찰에 주차구역이 협소하여 오가는 신도들의 발렛 주차 및 주차 안내였다. C사촌도 함께 다녔던 사찰로서 생전에 초파일을 맞이하여 오랜만에 만날 수 있는 날이었다. 더불어 C사촌의 소개, 추천으로 고향 및 학창 시절 친구들도 함께 방문해 주었다.

사촌 동생으로 지켜본 필자에게 C사촌과 친구들은 해마다 초파일을 기점으로 고향 방문과 함께 사찰에서 친목 겸 회포를 푸는 반갑고 뜻깊은 일정이었다. 지금은 C사촌의 부재와 교통편 등으로 전화 연락 외 초파일에 C사촌의 형제를 보는 것도 조금은 소원해졌다. 하지만, 필자가 보고 느끼기에 C사촌의 고향 친구 한 분은 C사촌이 떠난 후에도 매년 초파일에 가족 혹은 부인과 고향 방문 후 사찰을 방문하였다. 필자의 형님과 필자도 사촌 형, 동생으로서 인사와 함께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였다.

올해도 주차 안내를 하며 필자는 C사촌의 친구분이 오실까? 궁금 호기심이 들었다. 혹시나 하였는데, 역시나 친구분은 부인과 함께 평소보다 조금 늦은 시간에 방문하였다. 형님과 필자는 1년 만의 만남에 반갑게 인사 나누었고, 사찰 앞 잔디밭에서 산보 겸 이런저런 인사와 안부로 마음을 나누었다. C사촌의 인연과 동향이라는 동질감으로 얘기 나누다가 말미에는 C사촌을 회고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을 확인하였다. 친구분은 고향에 계신 모친방문과 함께 신앙, 믿음과 더불어 사찰이 위치한 산청의 맑고 상쾌한 공기, 탁 트인 산야와 초목이 주는 시각적, 정서적인 느낌과 기분이 좋아서 찾게 된다고 하셨다.

본인이 좋다고 방문한다고 하지만, 필자가 보고 느끼기에는 고인이 된 친구의 우애와 의리가 전해지는 뜻하여 사촌 동생으로서 너무 고맙게 느껴졌다. 고마운 마음을 글로 표현하여 인사드리고 싶은데, 정작 C사촌 친구의 성함과 연락처도 없어 주지스님 편으로 사정을 말씀드리고 성함을 알 수 있었으며, 부인의 연락처가 기록되어 있다고 말씀하셨다. 주지스님에게 추후 칼럼과 더불어 인사드리고 싶다는 의중을 표현하였다.

SNS에서 좋은 글로 회자되는 ‘소중한 친구에게 주고 싶은 글’ 제목이 있다. 첫 구절에는 ‘친구라는 말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습니다. 우정보다 소중한 것도 없습니다. 나는 당신에게 아름다운 친구 소중한 우정이길 바랍니다’라는 구절로 친구의 우정과 의리를 가슴 진하게 공감할 수 있는 글귀이다. 또한 막역지우(莫逆之友), 금란지교(金蘭之交), 간담상조(肝膽相照), 단금지교(斷金之交) 등 역시 친구를 비롯한 ‘의리’에 관한 여러 사자성어 중 흔히 표현하는 예시이다. 방송 및 예능에서 ‘의리’, ‘의리의 남자’ 캐릭터로 영화배우 겸 탤런트로 김보성씨가 유명한데, 왠지 C사촌의 친구분께서 마치 진정한 ‘의리’를 행동과 실천으로 보여 주시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초파일을 기점으로 필자가 한창 사춘기 시절 친구의 우정과 의리, 신뢰를 주제로 한 사자성어를 공부할 때 접하여 메모한 ‘간담상조’의 기억도 새롭다. 친구분과 말씀을 나누다 보니 올해 회갑이라고 하셨는데 C사촌이 살아계셨으면 더 의미 있고 뜻깊은 한해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처럼 형수님에게 인사 겸 안부를 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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