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보리밥(4)
기고-보리밥(4)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6.29 17:04
  • 1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경자/합천 수필가
문경자/합천 수필가-보리밥(4)

보리밥도 보리밭도 지금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역에서 하는 축제들이 많다. 검색을 하면 상세하게 나와 있어 관광객들이 모여들었다. 단체로 봄의 축제를 따라가 본 적이 있었다. 하필이면 비가 와서 구경을 할 수 있을지 몰라 걱정이 되었다. 차에서 내리니 비는 그칠 줄을 몰랐다. 비옷과 우산을 쓰고 고창 청보리밭 구경을 갔다. 비가 내리는 속에서 보이는 것은 초록의 물감을 뿌려 비 오는 날의 수채화를 연상케 하였다. 여기만 초록비가 내렸나 보다. 우리는 보리밭 사이에서 폼을 잡고 사진을 찍었다. 뿌옇게 내리는 빗줄기도 멋적어 살살 내렸다. 보리가 핀 들판을 이렇게 걷고 걸으며, 다정한 사람들과 정담을 나누어 본 적이 있었을까! 먹고 살기에 바쁜 시절 그저 배곯지 않고 살면 그뿐이었다.

모두들 가슴속에는 저마다의 추억들을 청보리밭에 뉘이고 왔을 것이다. 보는 재미와 보리 이파리를 만져보는 것, 물방울이 맺힌 것을 보는 것, 체험을 하는 것, 우리가 처음으로 보는 큰 들판의 그림 같은 곳을 보다 보니 비가 내려도, 바람이 불어도, 마음은 청춘의 무지개를 보았다. 보리밥은 이제 전기밥솥에서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는 것이다. 보리밥 효능, 꽁보리밥 짓기, 보리밥 하는 법, 보리밥의 물 양, 보리밥 만드는 법 등 전기밥솥이 알려주는 대로 하면 맛있는 보리밥을 먹을 수 있다. 좋은 세상이라 안되는 거 빼고 다 할 줄 아는 만능의 시대다.

보리밥은 먹어도, 먹고 있어도, 배는 부르지 않고, 소화가 잘 되어 간다며 뿌~~우 하고 아무도 모르게 보리피리 불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