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한 살씩은 벌었다
진주성-한 살씩은 벌었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7.04 16:07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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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한 살씩은 벌었다

뭐가 많이 바뀌었고 또 바뀐다. 호주제, 혼인 관계, 성씨 계승, 선거연령, 도로명 주소, 이 말고도 여럿인데 지난 6월 28일부터 나이가 바뀌었다. 한두 살씩 뗐다. 그것도 생일 안 지났으면 두 살 뗀다. 설을 쇠도 나이를 한 살 더 먹지 않는다. 생일을 지나야만 한 살을 더 먹는다. 0살도 있다. 0살이면 아직 첫돌이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나이를 알기 위해 몇 년 생이냐고 물어볼 필요도 없다. 언제 한 살 더 먹을지 모른다. 하기야 업무적이 아니면 남의 나이를 알 필요도 없어 물을 이유도 없다. 그러나 혹시 동갑내기라도 되나 하고 물어봤자 생일이 몇 월달이었는지 알아봐야 동갑인지 아니면 연상인지 연하인지 알 수 있는데 장유유서를 따질 세상도 아닌데 굳이 그럴 필요도 없다. 12간지의 같은 ‘띠’일지라도 나이가 달라진다. 이제부터는 동갑계를 ‘갑계’로 고쳐 불러야 할 것 같다.

우리가 지금까지 써 온 나이는, 출생부터 한 살이고 설을 쇠면 한 살을 더했는데 그게 그리도 불편한 줄은 몰랐는데 그랬었던가. 그로 인하여 누가 부당하게 이득을 보았던가 아니면 억울하게 손해를 보았던가. 모든 사회생활의 서류에는 생년월일이 기재되어 엄격하게 구분되었고 다만 일상에서 “몇 살이다”하며 서로가 많고 적음 정도를 가름하고 살았다. 그래서 동갑이니 연배니 했던 우리의 문화였는데 굳이 줄자에다 눈금을 대고 금을 긋듯이 해야 좋은 걸까.

한집 식구도 설을 쇠고 다 같이 한 살씩을 더 먹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자기 생일상 앞에서 오늘부터 몇 살이 되었다고 공표라도 해야 할 판이다. 웬만하면 우리 것을 우리 것으로 지켜가면 그것 또한 우리의 문화가 될 건데 나 참. 그렇게 금 저울 달 듯이 눈금을 그을 바에는, 0.03, ‘면허 정지’ 0.08 ‘면허 취소’. 하듯이 행자부 장관 10.29로 선을 넘었으니 ‘해임’, 같은 수치인 경찰청장도 ‘해임’, 돈 봉투 뿌렸으니 처벌하고, 돈을 차떼기한 사람 모두를 처벌하고, 총풍을 불러왔으니 전부를 감옥 보내고, 오염수 먹어도 된다는 사람 제때제때 오염수 먹이고, 하는 일이 없어서 일 만들어내는 고위직 내보내고, 뭐 이렇게 눈금자에 딱 맞아떨어지게 적용해야지, 우리 국민 건망증이 심해서 3일도 못 넘기고 다 잊어먹는데 뭐든 헛갈리는 일은 만들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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