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사교육 없애는 간단한 방법
도민칼럼-사교육 없애는 간단한 방법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7.10 16:07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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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사교육 없애는 간단한 방법

올해 초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제목이 ‘일타스캔들’이다. 여자주인공 전도연은 국가대표 출신 반찬가게 대표이고 남자주인공 정경호는 강남의 유명한 학원 일타강사로 나온다. 밥을 잘 먹게 반찬을 만드는 여자와 돈은 잘 벌지만 밥을 못 먹는 남자의 로맨틱 코메디이다. 중요 에피소드는 공부가 인생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수험생 이야기다.

일타라는 말은 하나의 스타라는 말에서 왔다. 학원이나 온라인 강의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강사를 말한다. 남자주인공 정경호의 강의를 자녀에게 듣게 하기 위해서 학부모들은 수강 신청 시간 훨씬 전부터 줄을 선다. 여자주인공도 딸처럼 키우는 조카를 위하여 그 대열에 합류한다. 실제 코로나 이전에는 10시간 전부터 줄을 서는 경우가 많았고 이후는 인터넷 등록으로 바뀌었는데 일타강의는 수 분 만에 마감이 되기도 해서 클릭 알바를 고용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학력고사나 수능 만점자가 나오면 인터뷰를 해서 정규뉴스에도 내보냈다. 매년 한결같이 ‘학교 공부에만 충실했습니다.’라는 말을 했다. 믿는 사람은 별반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1970년대도 사교육이 극성이었다고 한다. 1980년 정권을 잡은 전두환이 사회정화 차원에서 내 건 기치 중 하나가 과외 금지였다. 법으로 정해서 사교육인 과외를 하다 적발되면 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벌이 엄했다. 대학생은 퇴학 처분까지 운운될 정도였고 사회지도층 인사의 자녀가 과외를 받으면 뉴스에 나왔다. 그렇게 했지만 노태우 정권이 오면서 차츰 무너졌고 과외금지법안은 위헌이라는 판결도 나왔다.

요즘 사교육은 초등학교 때는 맞벌이 부모들의 위탁 교육을 위해서 보내는 것이 학원이고 중학교부터는 본격 입시 교육이 시작된다. 외국어고, 과학고, 자사고를 가야 대학을 좋은 곳으로 가기 때문이다. 자녀가 공부를 잘하기 바라는 마음은 전 세계 학부모들이 동일하겠지만 그 마음을 유난하게 드러내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단연 최우수일 것이다. 좁은 땅덩어리, 한정된 고급일자리에 자녀를 들여보내려면 심지어 초등학생일 때부터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제법 있다. 사교육의 발전은 공교육의 부실에서 왔다는 지적이 많은데 엄밀히 말하면 사교육은 조금이라도 앞서고 싶은 부모들의 바람에서 왔다. 그러니 요즘 핫한 ‘변별력’을 위해서 학원은 필수가 되었다.

이런 사교육을 근절하겠다고 한다. 수능의 킬 문항, 즉 학교에서 배우지 않는 어려운 시험문제를 출제하지 못하게 한단다. 일타강사도 제재한다. 입시학원은 세무조사가 진행 중이다. 과연 사교육 근절이 가능할까? 문제의 원인은 대학의 서열화에 있는데, 더 넓게는 서울로만 몰리는 집중 현상 때문에 인(in) 서울대를 보내려고 하는 바람이 원인인데, 근본적인 해결 없이 이런 식의 접근으로 풀릴 수 있을까?

사교육을 없애는 방법은 사교육을 하지 않아도 삶의 질이 높은 사회를 만들면 된다. 대학을 가지 않아도 기회가 균등한 사회를 만들면 된다.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고 현상만 없애면 된다는 발상은 위험하다. 당장 수능이 120여일 앞이다. 학기 초도 아니고 왜 하필 이 시기에 이런 논쟁들이 오고 가는지 모르겠다.

전두환 정권이 사회정화를 내세울 때 반대하는 사람 없었다. 조직폭력배를 소탕하겠다는데 누가 말리겠는가? 돈 없어 학교도 가기 힘든데 과외로 차별이 생기니 다들 잘하는 일이라고 했다. 지금 사교육 카르텔을 없애자는 것에 반대할 사람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로 정말 중요한 다른 문제들이 가려질까봐 걱정이다. 인기 있는 정책보다 삶의 질이 나아지는 방향으로 가는 정책이 절실하다.

사교육 근절 정말 원하는가? 국회와 대통령 집무실만 세종시로 와도 인 서울 문제가 풀리니 일부 가능하다. 서울에 소재한 대학들 각 지역으로 특성화 시켜서 내려보내면 제법 가능하다. 대학 나오지 않아도 워라밸(work-life balance) 할 수 있는 세상 만들면 된다. 돈이면 전부인 세상 벗어나도록 ‘줄 세우기’ 안 하면 된다. 방법이 있는데 쓰지 않으면서 마치 세상을 정화시킬 것처럼 호도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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