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갈비와 유통기한
한우갈비와 유통기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03.28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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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숙/시인

지난 설날에 한우갈비 하나가 왔었다. 고기를 좋아하는 아들이 이를 한입 먹더니 “엄마, 이건 진짜 한우가 아니다”라며 먹지 말자고 했다. 그래도 준 사람 성의를 봐서 질기고 맛이 떨어진다고 버릴 수가 없어 압력밥솥에다 쪄봤다. 그런데도 아들은 영 제 맛이 아니라며 잇몸과 입맛만 버린다고 수저도 안 댔다.     

나중 알고 보니 이 고기는 8월 14일에 도축되어 9월 25일에 가공된 유통기간이 10월 1일까지로 되어있는 제품이었다. 이것을 우리가 2월 14일에 먹었으니 그 고기가 제 맛이 날 리가 없었다. 주부인 내가 우리 가족이 먹을 음식을 처음부터 꼼꼼하게 살펴보지 못한 채 요리를 한 탓에 일차적인 이 책임은 나에게 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아무리 냉동제품이라도 4 개월이 더 지난 고기제품이 버젓이 나도는 우리 사회의 책임이 더 크다. 하지만 오늘 우리 사회가 이렇게 된 원인 중 하나는 고기를 준 사람에게 아직도 사실대로 그 말을 하지 못하는 나에게 있는 것이다. 왜 당장 소비자고발센터에 전화를 걸지 못 하는가 하다가도 그러면 이걸 준 사람 입장이 뭐가 되랴 이니까.  설마 이 제품이 유통기간이 4개월이나 지난 줄 알고도 그가 이걸 내게 줬을까? 만무하겠기에 이 사실을 그 면전에서 미주알고주알 하기도 난처하다. 나는 어떤 경로로 이런 불량식품이 우리 식탁에 놓이게 되었는가가 더 관심이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상대방의 입장은 또 그게 아닐 수 있다.

이처럼 내가 먹은 식품이 알고 보니 유통기한을 한참 넘긴 불량식품이었을 때는 배속보다 기분이 몇 배나 더 메스껍다. 하물며 내가 뽑아준 의원들이 이 유통기간을 넘긴 식품들처럼 보일 때 유권자로서의 느끼는 배신감은 이보다 더 한다. 이는 단순한 배탈이나 복통 수준을 넘어 몸살을 달고 살게 한다.

이번 정홍원 총리가 하동 출신이다 보니 하동군 관내는 어디를 가든지 가는 곳곳마다 정총리 취임을 축하한다는 현수막으로 도배가 되어있다. 그런데 정작 하동군 의회는 지난 주간 4박5일 일정으로 일본으로 해외연수를 떠났다. 정부조직개편안이 타결인 안 되어 하동 출신 총리는 피가 마르는데. 이게 어찌 총리를 배출한 고향 의회가 취할 태도인가! 차라리 총리 취임을 축하한다는 그 현수막들이나 다 걷어내고 가든지.

또 키리졸브군사훈련을 앞두고 북한이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연일 협박하지 않았는가! “정말 전쟁이 일어나느냐?”는 초·중생들의 문의가 경남경찰청에만 하루 800여건이 접수될 정도로 우리 국내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갔는데 하동군의원님들은 그 시간 일본에서 과연 무슨 연수를 얼마나 받으셨을까? 혹여 위안부나 독도 문제의 해법이라도 들고 돌아오셨나. 

민의와 여론을 보란 듯이 무시하고 자기들 맛대로 모든 일을 처리하는데 이골이 나기는   군의회의 횡포가 이 정도인데 국회야 말해서 뭐하랴! 풀이 겨울에는 죽은 듯이 보여도 봄이 되면 다 살아난다. 군의원 도의원 국회의원 군수 도지사 대통령 이들의 눈에는 투표할 때만 우리가 군민이고 도민이고 국민이다. 개표가 끝나는 그 순간부터 유권자는 다 언 땅에 말라비틀어진 풀로 보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 풀이 다시 고개를 내미는 본격적인 봄이 왔다.

봄이 아무리 봄 같지가 않아도 봄은 봄이다. 준 사람 입장을 생각해 말을 못 하지만 유통기한을 넘긴 상품을 주는 이와는 간담상조가 어렵다. 사적인 거래에서도 주고도 욕을 먹을 물건은 안 주는 게 나은데 하물며 공인이랴! 이런 때는 해외연수나 진주의료원폐원처럼 하고도 욕 얻어먹을 짓은 안해야 자신의 상품유통기간이 늘어날 것인데 왜 이걸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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