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유단취장(有短取長)
진주성-유단취장(有短取長)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7.13 16:05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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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
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유단취장(有短取長)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며 자칫 잘못 판단하여 실수를 하는 경우가 있다. 상대의 허름한 외모만 보고 그냥 무시한다거나 예사로 대하다가 낭패를 당하는 경우도 있고 얍삽하게 굴다가 손해를 보는 경우도 허다하다. 어떠한 경우에도 신중을 기해서 언행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조선의 실학자 성호 이익 선생은 사물의 원리를 관찰한 ‘관물편’에서 단점이 있어도 그 속에 있는 장점을 볼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호 선생 댁의 마당에는 감나무 두 그루가 있었다. 한 그루는 대봉 감나무지만 일 년에 겨우 서너 개가 열렸고, 다른 하나는 많이 열리지만 땡감 나무였다. 마당에는 늘 감나무 그늘이 있고, 장마 때면 늘 젖어있어 마당이 마를 날이 없었다.​ 둘 다 밉게 여긴 성호 선생이 톱으로 한 그루를 베어 내려고 두 감나무를 번갈아 쳐다보며 어느 나무를 벨까 고르고 있었다.

그때 부인이 마당에 내려와 말하였다. “이건 비록 서너 개라도 대봉시라서 조상 섬기는 제사상에 올리기에 좋고, 저건 땡감이지만 말려서 곶감이나 감 말랭이를 해두면 우리 애들 간식이나 식구들 먹기에 참 좋죠” 하였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참 맞는 말이었다. 성호 선생은 둘 다 밉게만 보았고, 부인은 둘 다 좋게 보았던 것이다. 밉게 보면 못 났고, 좋게 보니 예쁜 것이었다.​

단점 속에서 장점을 취한 부인의 말을 들은 성호 선생은 톱을 창고에 넣고 나오면서 웃었다. “하하하, 유단취장(有短取長)이구나!” 즉 단점이 있어도 장점을 취할 것이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 어떤 사람이든 장점만 갖고 있는 사람은 없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고, 단점이 있으면 장점도 있는 것이 인간이다. ​​그런데 흔히 상대의 장점은 보지 않고, 보이는 단점만 지적하여 그를 나무라고 비난한다면, 그 사람의 장점은 빛을 잃고 더욱 의기소침해질 것임이 분명하다. 유단취장이라 단점이 있어도 장점을 볼 줄 알고 취할 줄 알아야 한다고 한다.

요즘 우리나라 국회 청문회장을 보면 한 사람을 앉혀 놓고 수십 년 전의 잘못이나 실수를 들춰내어 마치 죄인 취급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문회는 그 직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나 인품을 검정하는 것이라면 물론 과거의 행적도 중요하지만 좋은 점도 찾고 지금의 직무 수행 능력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성호 이익 선생이 들려주시는 양면을 모두 볼 줄 아는 통섭(統攝)의 가치관이 필요하며, 성호 선생의 말씀이 아니라도 이 세상 그 누구도 아무런 잘못이나 허물이 없이 성인처럼 살기는 어려운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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