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천둥소리에 놀라서
진주성-천둥소리에 놀라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7.18 15:5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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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천둥소리에 놀라서

빗줄기가 굵어지더니 번갯불이 번쩍하고 쾅! 하는 천둥소리가 사람들을 겁먹게 한다. 이판사판 한 판 붙어보자는 것인지 아니면 당장 요절을 내겠다는 것일까. 사람 사는 세상이 뭐 이럴 수도 있지 어찌 하늘의 법도만 따를 수가 있나. 순리대로 살고 법대로 하라지만 말같이 쉬운 것은 아니다. 사람은 감정이라는 묘한 것이 있고 기분이라는 얄궂은 것도 있다. 기분에 죽고 기분에 산다고 하지 않던가. 어디서나 뽐내고 싶어 으쓱거리고 우쭐거리고 껍죽거리며 누구든 손아귀에 넣고 쥐락펴락하며 군림하고 싶어 한다.

요즘 민원창구의 공직자들이 목걸이를 하나씩 걸었다. 영상 녹화와 음성녹음이 되는 희한한 목걸이다. 민원인들이 걸핏하면 폭언하고 여차하면 폭력까지 써대니까 일일이 맞대응을 하면 뒷일이 생길 것이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일방적으로 당하기 일쑤여서 후일을 대비하여 입증을 위한 궁여지책이란다. 뭐 공무집행 어쩌고저쩌고 그럴 요량인 것 같다. 고분고분 말 잘 듣고 머리 조아리고 굽신거리며 “예 예”하던 민원인들이 요즘은 달라졌다. ‘이건 아니다’ 싶으면 당당하게 ‘이거 왜 이러냐’다.

학벌이나 지식이나 그들 못지않고 자세히 모르면 온라인으로 검색을 해서라도 내용과 처리 과정을 익혀서 결과까지 어떻게 된다는 것을 미리 알고 신청이나 교부를 하려는데 떡하니 걸리는 것이 있다. ‘절차’다. 여기서 민원인의 입에서 ‘왜 이래?’하는 말이 나온다. 백번을 물어도 ‘규정상’이라는 기계음같이 반복하는 답만 듣게 된다. 이쯤에서 민원인은 태도가 달라지고 목걸이는 첨단의 기능을 발휘할 때가 온다.

법과 시행령은 내용이 엄정하여 손대지는 못하고 신청 또는 교부나 수령을 하려고 하면 이것 해오라 저것 해오라 하며 ‘신청은 까다롭게, 교부는 진땀 나게’라는 표어라도 걸었는지 ‘쉽게는 못 주지’하는 식으로 고분고분 말 잘 듣게 하는 수단으로 삼은 것 같다. ‘신청은 간편하게, 심사는 엄격하게, 교부는 신속하게’가 옳은 것 같은데 갑의 위치를 고수하며 권위를 누리고 싶어 ‘아! 옛날이여’가 그리워서인지 절차에다 장애물을 설치했다.

접시 휙! 던져서 접시 물어오게 하고 공 휙! 던져서 공 물어오면 먹이 하나 주는 개 조련사나, 물구나무서라 하면 물구나무서고 공중회전 하라 하면 공중회전 잘했다고 정어리 한 마리 먹여주는 돌고래 조련사들의 기분을 이제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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