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무심(無心)
진주성-무심(無心)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7.23 15:37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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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 대종사/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 대종사/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무심(無心)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는 용어 중에 ‘무심(無心)’이라는 말이 있다. 특별히 이렇다 할 생각 없이 ‘무심’하게 목적지를 지나쳐 버리는가 하면, ‘무심결’에 한동안 하지 않던 버릇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어떤 사람이 그저 ‘무심코’ 꺼낸 이야기가 어떤 이에게는 큰 희망이 되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가족에게 관심을 쏟지 않는 사람에게 ‘무심한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처럼 무심이라는 말은 감정도 의식도 없는, 아무 생각 없는 마음 상태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이렇게 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단어 무심은 불교에서 나온 용어이다. 불교에서는 허망하게 분별하는 삿된 마음, 미혹한 마음을 여읜 것을 가리켜 무심이라 한다. 이렇게 볼 때, 불교에서 사용하는 무심의 의미는 일상에서 사용하는 의미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음에는 찾을 수 있는 자성(自性)이 없다는 것을 가리켜 무심이라 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미혹되어 본성을 잃어버린 마음을 말하는 경우도 있다. 보조국사 지눌 스님은 무심에 관해 “무심이란 마음 자체가 없다고 무심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마음에 걸리는 일이 없고 일에 걸리는 마음이 없으면, 저절로 비었으면서도 신령하고 고요하면서도 묘한 것이다. 그것은 망심이 없다는 것이지 진심의 묘용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씀하셨다.

우리가 살면서 겪는 온갖 그릇된 생각을 떠난 마음 상태가 무심이기도 하다. 사람은 누구나 깨달음의 성품인 자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누구나 마음속에 태양을 가지고 있으나 번뇌망상의 구름에 가려 태양을 보지 못한다. 어두운 마음만 없어지면 태양은 저절로 드러난다. 그래서 무심을 통하여 우리들의 본래 성품인 자성의 등불을 밝혀야 한다. 무념무상의 상태로 수행에 정진하는 사람을 무심도인이라고도 한다. 이는 범상한 마음도 부처님의 마음도 없고 그저 무심한 상태이다.

최근 장마에 집중호우로 전국에서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면서 전 국민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안전에 무심하면서 비롯된 재앙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비용과 불편 등의 핑계로 안전 문제에 무심한 우리의 사고방식을 하루 속히 바꾸는 것이다. 더 이상 안전에 대한 무심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된다. 살다보면 때론 무심하게 사는 게 긴요할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전에 대하는 문제에서는 무심해서는 절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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