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도로명 주소의 민낯
진주성-도로명 주소의 민낯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7.25 15:47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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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도로명 주소의 민낯

도로명 주소를 사용한 지가 몇 해 되었는데 아직도 어리바리하다. 바둑판처럼 가로세로 전후좌우로 뚫렸으면, 길 찾기가 딱 좋겠는데 그게 아니다. 내가 사는 월아산로도 마찬가지다. 금곡면 쪽으로 가도 월아산로고 금산면 쪽으로 가도 월아산로인데 월아산로에서도 현재 위치를 알 수 없어 오름차순으로 가야 하는지 아니면 그 반대로 가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말은 길 찾기가 좋아졌다고 하는데 네비게이션을 켜니까 그렇지, 아니면 적막강산이다. 네비게이션 신세를 질 바엔 옛날 마을 이름을 입력해도 되고 지번을 입력해도 잘만 찾아준다. 지번을 사용하여 낭패 본 일도 없고 억울하게 손해를 본 일도 없고 지번은 없앨 수도 없다. 지번만 입력시켜서 드론 띄우면 산이든 들이든 논이나 밭이든 옥상에도 정확하게 내려앉고 심지어 갯바위 낚시꾼에게 자장면도 배달한다.

지번은 세분된 주소다. 한 지번이 길에 접한 길이가 몇백 미터가 되는 것도 아니라서 지번을 찾아가면 목적지 범위 안이거나 근접한 곳에 닿는다. 그러나 도로명 주소로 찾아가면, 그 길이 수 km씩 된다. 진주 시청에서 고성군 지역으로 가려면 금곡면을 찾아가면 된다. 충무공동 동쪽 끄트머리에 있는 월아산로부터 찾아서 우회전하여 수 km을 가면 금곡에 닿을 수가 있어 천만다행인데 반대로, 좌회전했다면 금산면을 지나 초전동 들머리에 닿는다. 서울이 북쪽이라고 뭐니 뭐니 해도 길 찾기는 예측도 가능해야 한다.

얼마 전 국토정보공사 어떤 이의 진주 모 일간신문의 기고에, 행정안전부에서 도로명 주소의 다양한 활용과 새로운 도약을 위해 ‘주소지원활용지원센터’를 개소하고, 위탁관리기관으로 LX를 지정했다고 하여 LX가 뭔지 몰라 검색을 하니까 한국국토정보공사인데 지적사업과 공간정보사업을 수행하여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국토정보 서비스를 제공하여 사회적 가치를 실현한다는데 ‘삶의 질’ ‘사회적 가치’, 삶의 질이 어떻게 좋아지고 사회적 가치가 어떻게 높아지는지는 알 수 없으나, 아무튼 이는 도로명 주소 이용을 활성화하고 서비스를 극대화하려고 한 것 같은데 일자리는 많이 늘어나서 좋기는 하겠으나 국민 돈 안 쓰고 운영과 관리가 될까. 괜히 말을 사서 마부까지 고용해야 하는 것 같다. 행정은 일 만들면 돈 쓰고 국민은 일 만들면 돈 번다. 도로명 주소, 뭐 그리 낯내며 자랑할 일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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