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설화산책, 하늘의 뜻
진주성-설화산책, 하늘의 뜻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8.03 15:41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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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
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설화산책, 하늘의 뜻

천요하우 낭요가인(天要下雨 娘要嫁人)이란 말이 있다. ‘하늘에서는 비가 내리려 하고 어머니는 시집가고 싶어 하네’라는 중국 고사인데 중국의 산해경(山海經)에 나오는 설화이다.

옛날 ‘주요종’이라는 젊은 청년이 있었다. 아주 똑똑하고 총명해서 과거에 장원급제했다. 이 청년은 머리만 뛰어난 게 아니라 외모도 출중해서 황제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결국 부마의 자리까지 오르게 됐다. 어느 날 황제가 주요종에게 “소원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에 주요종은 자신의 고향에 홀어머니가 계신데, 어머니는 여태 자식을 위해서만 여생을 바쳤으니 어머니를 위해 열녀비를 하나 세워달라고 간청을 했다. 이에 황제는 이 요청을 흔쾌히 수락했고, 주요종은 금의환향해서 어머니께 이 사실을 알렸다. 그런데 어머니는 충격적인 말을 했다. “지금까지 혼자 너를 키워 이렇게 훌륭하게 만들었으니 이제 나는 나의 삶을 찾겠다.” 아들의 글 선생과 재혼을 하겠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아들은 황제가 열녀비까지 세워주겠다는 마당에 재혼을 하면 황제와의 약속을 어기게 되는 것이므로 어머니와 자신은 죽은 목숨이라며 어머니를 말렸지만, 어머니는 요지부동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머니는 아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내일 네가 내 치마를 깨끗이 빨고 그 치마가 하루 낮 하루 밤 사이 완전히 마르면 시집을 가지 않을 것이고, 만일 마르지 않으면 재가를 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주요종은 내일도 날씨가 오늘처럼 맑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하지만, 다음날 폭우가 쏟아졌고 결국 치마는 마르지 않았다. 이에 어머니는 “하늘에서 비가 내리는 것이나, 내가 재가를 하는 것이나, 다 하늘의 뜻이니 말리지 말라”라고 했다. 이 소식을 들은 황제는 “하늘이 합당하게 처리했을 것이니, 어머니가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하라”고 말했다 한다. 이 대목을 살펴보면,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고 청상으로 자식을 위해 헌신했던 어머니의 희생을, 하늘의 뜻이라 돌려 현명한 판단을 했던 황제의 넓은 마음이 백성 사랑과 직결된다. 바로 이런 설화에서 기인하는 ‘비는 내리고, 어머니는 시집가고 싶어 하네’는 결국 ‘하늘의 뜻’을 거역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억지로 안 되는 일은 무리하게 하려고 하지 말고, 후회할 필요 없으며, 안 되는 것은 하늘의 뜻으로 돌리고 마음 편하게 살도록 노력하는 것이 쓸데없는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 현명하고 행복한 삶이 아닌가 한다. 친구가 들려준 고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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