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땡볕과 장관
진주성-땡볕과 장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8.07 16:1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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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
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땡볕과 장관

새벽 6시부터 정원 일을 시작한다. 풀 뽑기, 연못 관리, 가지치기 등등 돌아서면 무섭게 올라오는 잡초들과 씨름하다 보면 한 시간이 채 되기 전에 어느새 땀으로 다 젖는다. 요즘 날씨는 살인적이다. 9시 이후만 되더라도 햇볕은 가시처럼 따끔거린다.

17년 전 경상국립대학교 근처에 카페를 해야겠다하여 건물을 짓고 카페 주변에 나무를 많이 심었고, 3년 뒤 평거동 카페를 오픈할 때도 손님이 들어오는 길목에 느티나무, 벚나무를 빼곡히 심어 그늘에서 커피를 마시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11년 전 유럽을 자동차로 캠핑을 다닌 적이 있다. 국도마다 캠핑용 자동차가 넘쳐났고 가는 도시마다 캠핑할 수 있는 장소가 많았으며 캠핑하는 곳마다 하늘을 가린 나무들과 다양한 즐길 거리와 놀거리, 쉴거리가 풍부했었다. 사람이 쉬는 곳에는 반드시 자연과 자연의 소재가 함께 있어야 한다. 나무, 바람, 소리, 물이 없다면 편안하게 쉬었다 할 수 없다.

카페 내부를 예쁘게 색칠하고 꾸밀 것이 아니라, 내외부에 나무나 화분으로 자연스러움을 연출해야 지나가는 손님들이 들어오고 자연스러운 공간에서 즐길 수 있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가 난리다. 장관과 책임자들이 놀 줄 모르고, 문화를 모르고 직접 즐기지 못하고, 책상에만 앉아 만든 결과다. 장관들이 가시처럼 내리쬐는 땡볕을 맞아본 적이 없을 것이고, 손수 텐트 말뚝 박아서 땀 흘려 본 적 없을 것이고, 나무 그늘 아래에서 커피 한 잔과 소소한 대화를 해 본 경험이 없을 것이다.

잼버리를 생존경쟁이라는 단어도 쓰지 말아야 한다. 생존경쟁에서 이겨내지 못하는 청소년들은 생명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뜻인가? 스카우트 잼버리의 목적은 세계 각국의 청소년들이 한곳에 모여 문화를 교류하고 즐기며 배우는 곳이다. 생존을 배우려면 해병대 캠프를 가면 될 일이지 나무 한 그루 없는 벌판에 청소년을 몰아넣고 텐트 들어가 문화를 즐기라는 것은 제대로 알지 못하고, 배우지 못하고, 문화를 알지 못하는 장관들의 무지에서 온 결과다. 선진국이라는 것은 자연과 함께할 수 있는 문화를 많이 즐길 수 있고 함께 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할 수 있다.

커피 장사는 특히 자연스러운 문화의 가치를 커피 한 잔에 녹여야 제값을 받을 수 있다.

국민을 행복하고 편안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장관들과 책임자가 즐기고 누릴 수 있는 문화를 모르면 자리를 내어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피해는 국민이 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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