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유언이나 묘비명이 남긴 교훈(25)
칼럼-유언이나 묘비명이 남긴 교훈(25)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8.07 16:17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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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상국립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상국립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유언이나 묘비명이 남긴 교훈(25)

▶영국 관습법의 아버지 헨리 2세(1133.3.5~1189.7.6·56세. 재위:1154.10.25~1189.7.6·35년)는 잉글랜드 플랜태저넷 왕가의 첫 번째 국왕이다. 국왕으로 즉위 전에는 앙리(프랑스어:Henri)로 불렸다. 별명은 짧은 망토왕(영어:Curtmantle)·앙주 백작·멘 백작·노르망디 공작·아키텐 공작·낭트 백작이기도 하다. 19세 때인 1152년, 루이 7세의 전처였던 엘레오노르 다키텐 여공작과 혼인하면서 그녀가 소유하고 있던 광대한 아키텐을 차지했으며 그가 21세 되던 해인 1154년에는 외조부 헨리 1세 시대의 통치권을 되찾아 잉글랜드 국왕이 되었다.

반대 세력을 평정하는 등의 노력으로 웨일즈에서 주도권을 재구축했으며, 아일랜드 정복에도 힘썼다. 프랑스에서 영토 문제로 루이 7세와 수십 년간 다투었는데 숱한 평화 회담과 많은 조약을 체결했는데도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그는 브르타뉴 공국을 차지해 동으로는 중부 프랑스, 남으로는 툴루즈 백국까지 지배권을 확장하는 한편, 잉글랜드와 노르망디에서 다양한 사법 체계 개혁을 추진해 미래 잉글랜드 법을 정초했고 왕실 재정과 통화를 재정비하였다. 자신의 사후에 영토를 분할하여 아들들에게 넘겨줄 계획을 했으나 이것이 오히려 부모 자식들 사이, 형제들 사이에 분란을 가져왔다. 아들 중 리처드 편을 드는 왕비 알리에노르는 전 남편인 프랑스 국왕을 끌어들여 남편과 전투를 벌였다. 중병에 걸려 시농(Chinon)성(城)에 누워 있을 때 신하가 반역자 명단을 가지고 왔다.

제일 위에는 그토록 사랑하던 막내아들 존의 이름이 있었다. 막내아들도 아버지의 힘이 약해지자 반역에 나선 것이었다. 반역자의 명단 중 아들의 이름을 보자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다시 깨어났는데 “아무 말도 하지 말라. 나는 이 세상일을 생각할 기력도 없노라”라는 유언을 남기고 생을 마감했다. 얼마나 무상(無想) 한가! 세상의 권력이여!

▶스코틀랜드 토벌(討伐)에 나섰다가 전사한 영국 왕 에드워드 1세(1239~1307·68세·재위:1272~1307·35년):끝내 스코틀랜드를 평정하지 못했던 에드워드 1세는 최후에도 이를 원통하게 여기면서 “내가 죽거든 시체를 화장해서 남은 잿가루와 뼈를 부대 자루에 넣고 병사들과 함께 스코틀랜드로 진군하라. 그리고 스코틀랜드를 완전히 평정한 후에 나를 묻어 달라”라는 유언을 남겼다. 과히 임금답고 장군다운 유언이 아니었던가!

▶오스만제국을 건국한 초대 군주 오스만 1세(1258~1326·68세):오스만제국은 14세기부터 소아시아 지역에서 일어나 서쪽의 모로코부터 동쪽의 아제르바이잔, 북쪽의 우크라이나와 남쪽의 예멘에 이르는 광대한 영역을 600여 년간 지배했던 다민족 제국이다. 오스만제국은 서지중해의 유럽 일부 해안을 제외한 지중해 세계의 대부분을 지배했으며, 동양과 서양을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다. 소아시아의 작은 부족국가에서 대제국으로 성장한 오스만제국의 기틀을 마련한 사람은 건국자 오스만 1세이다.

오스만제국이라는 국명도 그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오스만제국은 현 터키이다. 그는 다음과 같은 유언을 남겼다. “아들아, 다른 모든 일보다 종교에 관한 일에 주의를 기울이거라. 종교에 강한 나라를 만들어라. 종교에 관한 임무에 부주의하고, 신앙심 없고, 죄지은 사람이나 방탕하고 무관심하거나 경험 없는 자에게 맡기지 마라. 또 나라의 행정을 그런 자들에게 맡기지 마라. 이 세상을 만드신 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는, 그분의 창조물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니라. 큰 죄를 짓고도 죄를 계속 짓는 자는, 충성스럽지 않은 법이다. 학자들·덕 있는 자들·예술가들·문인들이 국가조직을 움직이게 하느니라. 그들을 친절하고 명예롭게 대하거라. 덕 있는 자에 대한 소문을 듣는다면 그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부(富)를 주며 정치와 종교에 대한 일을 맡기거라. 내 말을 명심하거라. 내가 유약한 지도자로서 자격이 없는 지위에까지 이른 것은, 신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니라. 내 행적을 따라 무함마드의 가르침과 그 신자들, 너를 따르는 자들을 보호해라. 신과 그 추종자들의 권한을 존중하거라. 이 가르침을 네 후계자들에게 반드시 전하거라. 신께 의지하며 모든 일에서 공평무사함을 추구하고, 잔인하게 하지 말거라. 네 백성들을 적의 침입과 학대로부터 보호하거라. 누구든 공평하지 않고 적합하지 않게 행동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백성들을 만족시키고 그들의 모든 이익을 보호하거라.” 뒤를 이을 아들에게 남긴 말로 유언이라기보다는 고려 태조가 후손에게 남겼다는 열 가지 가르침인 훈요십조(訓要十條))처럼 후대의 군주들에게 남기는 가르침으로 보는 게 옳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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