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변화로 교육혁신 이룬 사천 용남고, 미래학교 ‘새 지평’ 열다
공간의 변화로 교육혁신 이룬 사천 용남고, 미래학교 ‘새 지평’ 열다
  • 김동엽기자
  • 승인 2023.08.08 17:07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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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배움의 공간’으로 학생들의 성장 돕는다
하나의 유기체 처럼 불규칙, 복합적으로 이뤄진 용남고의 교육공간들.
하나의 유기체 처럼 불규칙, 복합적으로 이뤄진 용남고의 교육공간들.

학교단위 공간혁신 사업 성공적으로 완수

고교학점제 용남고에선 이미 완전한 정착

사고 확장 등 교육가치 치열한 고민으로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로 대전환 성공해

서울대 진학수가 고교 수준 결정해선 안돼
‘진학’ 아닌 ‘진로’에 대한 고민 필요한 때


사천 용남고 최연진 교장은 교육당국의 교육정책을 어떻게 학교가 해석시민법과 공정주택법, 사회보장법안개정, 정부정보 자유법, 저소득층의 주거문제를 해결키 위한 주택·도시 개발법등을 과감히 시행하며 계층간 격차 완화를 도모한 미국의 36대 대통령 린든 존슨 대통령. 그는 베트남전과 관련한 외교정책을 제외하면 국내정책면에 한정해선 어느정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이른바 ‘Great society’(위대한 사회)란 슬로건 하에 진행됐던 수많은 정책들 가운데서도 ‘교육정책’에 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평가가 늘 엇갈린다. 그는 기존 300만명의 대학생을 900만명으로 늘리고 민간교육기관 설립을 적극지원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것이 옳았느냐란 판단은 미국 교육학계에서도 논쟁이 치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육정책은 다른 어떠한 부문 보다 정량적·계량적 수치에 근거해 성공유무를 재단하기 매우 곤란하다. 우선 무엇이 옳은 교육인가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어려울 뿐더러, 정책의 효과가 짧은시간내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횡단적 실증연구도 어려움에 부딪힌다. 교육이라는 주제가 쉽게 접근하기도, 변화시키기도 어려운 이유다.

사천 용남고 최연진 교장은 정권마다 혹은 해마다 변하는 정부의 교육정책을 매우 기민하게 흡수하면서도 학교만의 독자적 체내화를 무척이나 강조한다. 다시말해 교육정책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여 실행에 옮기는 단순한 행위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해석해 어떻게 우리학교에 맞게끔 재구성하느냐를 중시한다. 학생의 ‘진학’이 목적이 아니라 ‘진로’가 목적이 되어야 한다고 그는 소리높여 말한다. 용남고는 최근 ‘학교단위 공간혁신 사업’을 통해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로 거듭났다. 하지만 최 교장은 학교 건물에 대한 관심보다는 학교의 교육철학과 비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한다. 명문대 진학율, 획일화된 교육환경의 병폐를 날카롭게 꼬집기도 하는 그를 만나 최근 최근 공간혁신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최연진 용남고 교장, 김동형 공간혁신 담당 부장교사와의 대화.

사천 용남고 최연진 교장은 교육당국의 교육정책을 어떻게 학교가 해석해 구현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천 용남고 최연진 교장은 교육당국의 교육정책을 어떻게 학교가 해석해 구현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동형 사천 용남고 공간혁신사업 담당 부장교사는 공간혁신사업이 고교학점제의 환경적 제약조건을 빠르게 극복하고 있다고 말한다.
김동형 사천 용남고 공간혁신사업 담당 부장교사는 공간혁신사업이 고교학점제의 환경적 제약조건을 빠르게 극복하고 있다고 말한다.

-학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소감은?
▲최 : 생각보다 뜨거운 관심과 주목을 받게 돼 기쁘기도 하지만 동시에 부담도 있다. 어떤 학교가 좋은 학교인지는 정의하는게 어렵다. 모든 학교마다 다양한 교육가치를 중점에 두고 구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더 많이 용남고가 부각되는 것에 대해선 많은 부담감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학교를 찾아주시는 많은 분들이 건물보다는 우리의 교육과정, 프로그램에 주목해 주셨으면 한다. 학교공간 혁신사업은 공간에 한정치 않고 교육의 철학, 비전을 바꾸는 전방위적 사업이다. 자칫 잘못하면 좋은 시설을 만드는 사업이라 오해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미래 혁신학교를 구현키 위한 노력은?
▲김: 교장선생님이 학교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큰 방향성을 설정해주셨다. 그것에 맞춰 얼마나 효과·효율적으로 운영해나갈지 고민하고 있다. 우선 중점적 가치는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다. 우리는 미래학교에선 어떤 교육법이 이뤄져야 하는지 주목했다. 그것에 맞게 수업자료는 PDF 파일로 제공하고, 경남교육청의 디지털 교육 진흥정책에 맞춰 스마트 단말기를 통해 학습효과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미러링이 가능한 전자칠판을 전 교실에 비치해 학생들과 쌍방향 소통을 용이하게 했다.

학생들의 공연이 열리는 날이면 축제의 광장으로 변신하는 용남고의 생태연못.
학생들의 공연이 열리는 날이면 축제의 광장으로 변신하는 용남고의 생태연못.

-공간이 정말 교육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가?
▲최 : 물론이다. 예전 학교들을 생각해보라. 나란히 일괄배치된 학급, 떨어진 교무실, 긴 복도는 마치 단방향으로 진행되는 횡스크롤 게임과 같다. 즉 단편적인 동선만 가능한 설계다. 아이들의 사고는 2차원에 한정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는 수직적인 구조를 기반으로 다양한 학생들의 동선유도가 가능하다. 수많은 건물들을 연결하는 계단들이 대표적이다.

건물들은 하나의 모듈을 이루고 있는데 이 한 덩어리 안에는 교실, 휴게실, 행정실이 하나의 형태로 집합화 되어 있다. 즉 3차원적인 공간이동이 가능한 구조인 셈이다. 당연히 아이들의 움직임은 입체적일 수 밖에 없다. 다양한 갈래의 길로 이동하며 사고의 확장과 창의성 신장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 생각한다. 학내의 화단, 생태연못, 교실 주변의 길목 등에서 아이들은 사색을 통한 자기만의 학습을 이어갈 수도 있다. 유연한 사고와 다름을 인정하는 자세를 아이들이 많이 배워가고 있다.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학습효과가 탁월하다고 본다.


-고교학점제 선도 학교로 알려져 있다. 운영 절차와 방식은?
▲김 : 큰 규모는 아니지만 기존 4학급을 대상으로 진행해왔다. 하지만 최대한 많은 과목들을 개설하려 노력하고 있다. 성공적으로 고교학점제를 운영하기 위해선 교사들에게 전공교과목 뿐만 아니라 여러과목에 대한 수업준비가 요구된다. 학생들의 교과선택 다양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교사 한명이 다양한 과목을 개설할 수 밖에 없다. 물론 공간에 대한 제약과 과목 선택의 편중화란 문제가 상존하기도 한다. 하지만 소인수 과목도 아이들의 의사가 반영된 선택이기에 진행하는 것이 맞다. 공간 혁신사업을 통한 가변형 교실이 구축되면서 환경적으로도 고교학점제 진행의 어려움이 극복되고 있다.

▲최 : 고교학점제가 교사들에겐 다과목을 가르쳐야한다는 부담으로 작용, 타 학교들은 거부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학점제가 장기적으로 그 정책적 방향은 맞다고 보고 적극적으로 이를 수용했다. 과목개설이 다양하게 이뤄져도 학생들의 학습력이 이에 상응해 따라와 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이를 위해 우리학교는 학생, 교사, 졸업생 선배 멘토가 모두 한자리에 모여 ‘과목박람회’를 개최해 진행한다. 어느 과목이 자신의 진로개척에 더 부합할지, 목표대학의 진학에 유리하게 작용하는지 꼼꼼이 따진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정기적인 학부모 ‘진로 진학방’을 운영해 학점제 운영에 관한 진로플랜설계가 이뤄지기도 한다.

거니는 모든 구석구석의 공간들이 용남고 학생들에겐 학습공간이 된다. 사진은 건물 복도에서 공부하는 학생과 대화하는 최연진 교장.
거니는 모든 구석구석의 공간들이 용남고 학생들에겐 학습공간이 된다. 사진은 건물 복도에서 공부하는 학생과 대화하는 최연진 교장.

-지역과 공존하고 소통하는 방식은?
▲최 : 지역행사에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있다. 얼마전에도 사천시 ‘와룡문화제’에 많은 아이들이 방문해 축제에 의미를 더하기도 했다. 지역 어르신들은 우리 아이들을 정말 이뻐해 주시고 반가워해 하신다. 아이들도 지역축제참가에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지역 플리마켓 행사와 환경보호 캠페인에도 참가하고 있다. 아이들의 대외활동이 더 많이 이뤄질 것이다.

▲김 : 본교 입시설명회에 관내 중학교 학부모님들이 정말 많이 참석해 주신다. 고교 제반 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 선도 운영에 특히 관심이 정말 많으시다. 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대입제도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시켜주는 설명회도 지역민과의 교류중 일부라 할 수 있다.

-여러과목의 융합수업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
▲김 : 반응이 너무 좋다. 일례로 커피라는 하나의 주제를 놓고 생물학적 관점에서, 수학적 관점에서, 물리학적 관점에서 입체적으로 조망해 본 적이 있었는데 아이들이 정말 신선하게 수업을 느끼더라. 교사 입장에서도 다른 과목의 수업을 참관한다는 것은 정말 좋은 경험이다. 또한 학습공동체 시간을 마련해 다른 교사와 수업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학문적 성취도 큰 자산이 되기도 한다. 말그대로 학생과 교사가 동반성장하는 시간인 것이다.

혼자만의 사색과 친구들과의 소통이 모두 가능한 용남고의 개방형 도서관.
혼자만의 사색과 친구들과의 소통이 모두 가능한 용남고의 개방형 도서관.

-매번 바뀌는 교육부의 입시정책에 대한 어려움은?
▲최 :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우리는 휘둘리지 않는다. ‘좋은 인간을 만드는 것’이야 말로 우리나라의 교육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아니던가. 우리는 그 커다란 흐름 가운데 감성, 성찰, 잠재력과 같은 우리만의 가치를 더해 운영하고 있다. ‘서울대에 몇명을 보내는가’가 교육의 본질적인 목표 였던가? ‘인서울 대학을 몇명 보내는가’가 언제부터 교육의 목표였나? 입시를 포기한다는 말이 아니다. 우리 아이들이 대학에서 보여주는 학업성취도는 타학교와 비교해 말도 안될 정도로 뛰어나고 탁월하다. 입시는 입시 그자체로 바라보되 우리는 교육부의 방침을 우리만의 방식으로 해석해 구현하는것에 훨씬 더 큰 가치를 입히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잠재력과 창의성을 가진 적극적 인재양성을 중요시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학교 운영과 관련해 덧붙이고 싶은 말은?
▲최 : 정치인들조차 교육가치를 서울대 진학 학생수로 판단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학부모가 전화해 아들·딸 서울대 입학이나 의대 진학을 책임지고 도맡을 수 있느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상위권대학 진학과 의대 진학을 볼모로 신입생을 유치하는 것은 학교가 절대로 해선 안되는 것이다. 또한 그것이 명문고를 규정하는 척도가 되어선 더더욱 안된다. 소규모 그룹을 서울대 진학 목표로 삼아 집중관리 한다는 것은 나머지 학생들은 버리겠다라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 우리학교를 바라보는 일반계 고등학교의 따가운 시선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허나 획일화된 교육의 병폐, 줄세우기의 폐단, 다양성이 상실된 오늘날의 교육현실에서 우리 용남고는 우리만의 우직한 교육철학으로 걸어 나갈 것이다.

-끝으로 경남도민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최 : 대한민국 국민들은 정말 교육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실행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아이의 인생 전체에 걸친 진로고민을 정말 당부드린다. ‘진학’이 아닌 ‘진로’가 목표가 되어야 한다.

▲김 : 교장선생님은 학교가 학생들이 가장 행복한 공간으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는 의견을 자주 언급하신다. 이번 공간 혁신 사업을 통해 우리 아이들은 다니는 길목 모든곳이 자신들만의 학습공간이 됐다. 휴게실, 생태연못, 개방형 도서관 등 모든 곳에서 행복한 학업을 이어나갔으면 좋겠다. 경남교육에 이바지 할 수 있는 학교로 커나가겠다. 좋은 시선으로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 김동엽기자·사진/이용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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