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을 주는 사람
감동을 주는 사람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04.02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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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산스님/금인산 여래암 주지

수행자들은 오늘도 새털만큼의 업장이라도 거두고자 하심(下心)하며 마음 밭에 선업의 종자를 심고 가꾸며 조심스러운 하루를 시작한다. 자신의 마음 밭에 선한 종자를 심고 잘 자라도록 꾸준히 노력할 때 내가 내 삶의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세상은 잘난 체하고 똑똑한척해야만 대접받는 가치의 척도가 엉망진창으로 돌아가고 있다. 서로가 허식과 가면으로 대하다보니 긴장하게 되고 삶이 피곤해진다. 논문표절이나 탈세, 약자를 학대한 사람이라도 돈 많고 지위만 높으면 대접받는다. 겉은 그럴듯하지만 속은 깊이 곪고 곪아 화농해버린 그들은 먹거나 바르는 약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하고 수술도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나이나 풍채도 그럴싸하게 위엄을 갖춘 고위층의 일부 몰지각한 인간들이 공동이익이나 국가발전은 뒷전인체 개인의 출세나 치부만을 위해 온갖 불법을 자행한 꼬락서니가 불쌍하기만 하다. 지위가 낮고 말이나 행동이 가볍다하여 천한 사람이 아니다.

자신의 행위가 옳지 못한 것을 뻔히 알면서도 청문회에 나와 눈 하나 까딱 않고 앵무새처럼 자기변명으로 일관하며 국력만 낭비시킨 후, 슬그머니 사라지는 사자몸속 벌레 같은 인격분열증에 걸린 자들이 천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현자들이 인간을 허영덩어리라고 표현한 것 같다. 우리의 최대의 적은 이기주의다. “자신이 지은 업의 결과는 쓰나미보다 더 무섭게 덮쳐온다” ‘높은 나무에는 바람이 거세다’ 지위가 올라갈수록 자신을 더욱 낮추고 겸손 하라. 선행을 바탕으로 굽힘없이 당당하게 살아가야한다.

윗분만 바라보며 다음자리만 노리고사는 기회주의자들은 더 좋은 기회가 찾아와도 결국 일장춘몽으로 끝나고 만다. 바르고 정직하고 떳떳하게 살면 거센 바람이 불어와도 바위처럼 움쩍하지 않고 어떤 악마라도 그를 쓰러뜨리지 못하게 된다.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지는 게 인생이다. 주변의 지인들이 어느 날 갑자기 저승길로 훌쩍 떠나버린 허무감을 생각해보라. 내가 누군데 하며 설쳐대다 별장으로 숨어들어가 성 파문을 일으킨 그들의 삶이 진정가치 있는 삶인가. 교황이 버스를 타고, 여성의 발을 씻기고, 대통령이 몇 천 원짜리 지갑을 사용하는 모습들이 그들의 눈에는 쇼로 보인단 말인가. 그들에게는 진정 죽음도 없는 것일까. 고위직일수록 안위를 보장할 수없는 살얼음판 같은 것이다.

온갖 모략과 치열한 암투에 휘말리거나 걸려들지도 말아야한다. 그 자리를 내려오는 순간, 생사의 위협까지도 느낄 수 있는 것이 높은 자리이다.

그래서 조심하고 또 조심하여야 한다. 지금 누리고 있는 권력의 자리도 일시적인 불꽃으로 사라지고 말 때가 반드시 온다. 모든 분야에서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감동을 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충북 제천에 홍성희(90세)할머니는 하루 한 끼 복지관에서 제공된 도시락하나로 하루를 사신다. 매일 빈 박스를 모아 1kg에 30원을 받아 하루 3000원에서 5000원 정도의 수입을 얻는다. 이렇게 모은 300만원 전액을 무암사 주지 황도스님께 장학금으로 내놓으신 것이 2008년의 일이었다.

이 광경을 보고 감동을 한 신도들이 너도 나도 동참하여 500만원을 만들어 최초로 어린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필자는 이 기사를 읽고, 눈시울을 적시었다. 이 얼마나 감동적인 소식인가. 조용하게 ‘나누는 사람’만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세상을 변화하게 만든다. 아무리 힘 있는 자라도 죽음이 부르면 즉시 달려갈 수밖에 없다. 제멋대로 살지 말라. 어떻게 죽을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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