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텃밭 잡초를 매다(1)
기고-텃밭 잡초를 매다(1)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8.16 17:15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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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석/합천 수필가
이호석/합천 수필가-텃밭 잡초를 매다(1)

어느새 8월도 중순에 접어들었다. 무더위와 장맛비가 계속되면서 텃밭의 잡초가 그야말로 우후죽순처럼 솟아나 일취월장한다. 아마 이 두 성어가 여름철 잡초를 보고 지은 말이 아닐까 싶다. 한 이틀 비가 멎더니 일기예보에 내일부터 우리 지역에 또 비가 내린다고 한다. 저녁 식사 후 잡초가 무성한 텃밭을 둘러본다.

봄부터 텃밭의 잡초와 벌써 너덧 차례 싸웠다. 그 후에 자란 잡초가 또 밭고랑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무성하다. 그동안 무더위와 장맛비 때문에 밭 맬 시기를 놓쳐 버린 것이다. 이제 밭 옆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부끄러워서도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다. 내일 아침에는 열일을 제쳐놓고 이놈들과 또 한바탕 싸워야겠다고 다짐한다.

아침 5시경 일어나 창문을 열어본다. 하늘에는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으나 금방 비가 내릴 것 같지는 않다. 예보에 의하면 오후에 비가 내린다고 하였으니 조금 시원한 이 아침에 저놈들을 해치우기에 딱 좋은 것 같다.

간밤에 열대야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몸이 찌뿌둥하다. 잡초 매러 나서기가 머뭇거려진다. 먼저 복장부터 완전무장을 했다. 긴팔 셔츠와 긴바지를 입고 모자, 장갑을 두루 챙겨 놓고, 빵 하나, 사과 한 쪽과 우유 한 컵으로 요기를 한 후,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사람처럼 각오를 단단히 하고 나섰다.

텃밭에 앉아 호미로 한 뼘이 더 되는 잡초를 뽑기 시작한다. 시작한 지 5분도 안되어 등에서 땀이 주르르 흐른다. 약이 오른 새까만 모기들이 하나둘 나타나 내 주위를 서서히 돌며 침투할 곳을 찾는다. 저들의 서식지를 파괴한다고 비상이라도 걸은 걸까. 마릿수가 자꾸 늘어난다. 며칠 전, 모기한테 다리 두 곳이 물려 아직도 가려움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라 늘어나는 모기떼가 겁이 난다.

나는 일단 후퇴하여 재무장하였다. 모자 주위에는 읍사무소에서 나누어준 모기 기피제를 뿌리고 에프킬라 한 통을 가져와 풀 뽑는 곳 1~2m 앞 놀 골에 살포해 가면서 풀을 맨다. 에프킬라에 죽어가는 동료들을 보면서 화가 났는지 모기들이 사생결단으로 공격해 온다. 나와의 공방이 더욱 치열해졌다.

날이 채 밝지도 않았는데 집 옆 자두나무에서는 참새들이 이 가지 저 가지로 옮겨 다니며 짹짹거리고, 뒷산 골짜기에서 뻐꾸기가 뻐꾹뻐꾹 구슬피 운다. 참새는 원래 모이면 조잘거리는 놈들이지만, 뒷산 뻐꾸기 울음소리는 언제 들어도 무슨 슬픈 사연이 있는 것처럼 애잔하다. 어쩌면 참새, 뻐꾸기도 나와 같이 간밤에 열대야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아침 일찍부터 저렇게 짜증스레 우는지도 모르겠다.

땀에 옷이 흠뻑 젖고 나니 젖은 땀이 식으면서 오히려 시원해진다. 집 앞쪽의 텃밭을 매는 데 벌써 두어 시간이 걸렸다. 계속되는 모기 공격에 나는 철통방어를 하였지만 결국 목과 다리에 세 곳이나 물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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