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
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자랑스러운 우정우리가 소중한 친구를 논할 때 흔히 ‘관포지교’니 ‘백아절현’이란 말을 인용하곤 한다. 그러나 입으로 말할 수 있는 친구는 많지만, 이 각박한 세상에 진정한 친구는 그리 흔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필자에게는 참 좋은 친구들이 있어 자랑하고자 한다. 시골중학교 동창들인데 남녀를 불문하고, 우리들의 시계는 14살에 멈춰있다. 나이 80이 다 된 지금 와서 보면 다양한 경륜에 상당한 고위직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친구도 있지만 아무런 격식도 없이 그냥 이름을 부르며, 여자 친구도 순자야 은주야 해도 크게 허물이 되지 않으니 어찌 좋은 인연들이 아닐까.
식장에서 떠나시는 어머님의 명복을 빌고 헤어질 무렵, 모인 친구들이 대구에 있는 중수에게 더 고마워했다. “중수 니 참 고맙다. 80노인이 귀찮을낀대 우찌 진주까지 둘러서 동섭이를 데려올 생각을 다 했내? 아나 올매 안 되지만 가다가 지름이나 넣어라.” 인석이가 돈 5만원을 건네주자 “씰데엄는 소리하고 있네.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도 마라.” 옆에 있던 순돌이가 “그마 바다라 누가 돈이 엄다고 주나? 마음 아이가.” 받아라 안받는다 한참을 실랭이를 벌였다. 필자는 할 말이 없어 “차는 내가 타고 왔는디 너그가 와그리샀네?” 했지만 참 고마운 친구들이다.
이러한 모습은 돈으로 가늠할 일이 아니다. 이런 마음은 천금 만금보다도 더 값진 우정이 아니고는 쉽게 할 수 없는 일이기에 더욱 자랑하고픈 것이다. 필자는 오늘 우리 친구들을 보면서 문득 ‘관포지교, 백아절현’이 생각났다. 백아절현을 설명하면서, ‘인생득일지기 사이무감(人生得一知己 死而無憾)’이라는 말이 있다. 살면서 나를 진정 알아주는 친구 한 명만 얻을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다.
‘권세와 이익을 좇아,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각박한 현실에서 진정한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의 삶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라 했다. 더러는 별일이 아니라고 쉽게 넘길지 모르지만, 필자의 삶은 이런 친구들이 있으매 성공한 삶이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겠다.
저작권자 © 경남도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