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폭염의 끝자락
진주성-폭염의 끝자락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8.22 16:02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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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폭염의 끝자락

아침부터 폭염 경보의 안전문자가 날아든다. 날새기가 무섭게 불볕이 거실을 점령하며 위세가 대단하다. 계속되는 폭염이 아침저녁을 가리지 않고 해보자고 든다. 한낮은 볶아대고, 저녁이면 푹푹 삶아댄다. 찜통더위라더니 찜솥이 따로 없다. 해가 갈수록 더위도 극성이다.

무슨 변괴라도 있는 걸까? 세상사 모든 것이 시부저기 시작되어 시작만 했다 하면 극한까지 치닫고 기어코 도를 넘친다. 사람 사는 세상도 그렇고, 하늘 아래 모든 것이 다 그렇게 변했다. 비가 왔다 하면 기어이 물난리를 내고, 더위가 왔다 하면 불볕으로 들볶는다. 하늘의 뜻이라서 어쩌지도 못하지만, 사람이 꾸려가는 세상사도 곳곳마다 처처마다 이건 아닌 것 같다.

아침 뉴스의 TV를 켜려고 하면 심호흡을 먼저하고 가슴부터 다독거려야 한다. 섬뜩하고 끔찍한 사건 사고가 날만 새면 터져 나오기 때문이다. 인간의 도를 넘은 사건들이 줄지어 올라온다. ‘오죽했으면’ 하는 연민마저도 보낼 수 없는 상상 초월의 사건들이다.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라고 했는데 이유도 원인도 없다. 묻지 마 폭행, 묻지 마 살인, 어쩌자는 것인가. 이유 있는 사건은 더 끔찍하게 벌어진다. 광란의 보복이다. 관계인만 해치는 것도 아니다. 함께 있으면 모두를 해친다. 막무가내다. 변괴이다. 어떻게 풀어야 할까를 모두가 고민해야 한다.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내 집 앞의 현관문 밖에서 일상처럼 벌어지는 일이다. ‘그건 그거고’해서는 될 일이 아닌 것 같다.

순리는 자연에서 깨우치는 것인데 날씨마저 변괴다. 폭우의 개념도 바뀌었다. 양동이로 퍼붓는다는 말은 옛말이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이 쏟아진다. 기어이 물난리를 낸다. 끝장을 보자는 것일까. 불볕더위도 가마솥더위는 옛말이다. 찜솥이 따로 없고 용광로 속이다. 화탕지옥이다. 자연도 인성 따라 막가는 것 같아서 걱정스럽다. 절기 따라 계절 따라 엄연한 순행을 누리고 싶은데 세상사는 날이 갈수록 엇나가고 있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이 삐뚤어지고 참외도 맛이 없어진다’라고 했다. 자연의 순행이다. 오늘이 처서다. 한낮에야 그렇다 해도 아침저녁엔 무더위도 기가 죽을 만도 하다. 어찌 자연의 순행을 거스르기야 하겠나. 불볕더위도 끝물이다. 폭염이 수그러지듯이 세상사도 얼룩을 지우고 평온의 길로 접어들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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