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현대인은 누구나 시한부 인생이다”
아침을 열며-“현대인은 누구나 시한부 인생이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8.23 16:0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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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선/참전용사·국가유공자
허만선/참전용사·국가유공자-“현대인은 누구나 시한부 인생이다”

신을 믿든 안 믿든, 건강한 자이건 아니건 죽음 앞에서 자유로울 인간은 없다. 어린이, 늙은이 순서도 없고, 가난한 자나 부자, 권력자와 서민을 구별하지도 않으며 시시각각 맴돌다가 벼락같이 덤벼든다. 밤새 안녕이라더니 산사태가 나서 죽으리라고 생각이나 해 보았을까? 지하차도에 물이 차서 죽을 줄도... 그물 천지에 수영한다고, 물이 얼마나 깊은지 알아본다며 스스로 죽음을 재촉한 인간도 있었다.

산업 현장이나 교통사고, 등산을 즐기다가도 죽고, 학교 폭력으로도 생목숨이 날아간다. 길 가다가, 승강기 타다가, 칼에 찔려 죽고, 성폭행 하려다가 죽인다. 부모의 재산을 노려서 부모나 형제, 자매가 죽이고 죽는다. 보험금 타려고 아내를 바다에, 저수지에 빠뜨려 죽이는 오늘의 죽음들! 스스로 타락해 종말로 가는 인간의 자화상이다. 불의가 정의를 뒤엎었고, 거짓이 참을 압도하는 도덕 불감증과 양심의 실종시대이기 때문이다.

50억 클럽의 뇌물 약속의 전대 법관이 인간 말종에 가까운 작자를 법리를 180° 뒤틀어 무죄판결을 한 이후, 그 작자는 의원과 당대표로 군림하고 있고, 그로 인해 사회 갈등은 극에 달하고 있다.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거짓말을 양산하는 정치인을 보면서 비리를 저질러도, 거짓말을 남발해도 처벌받지 않는구나 하고 청소년들이 배우고 있다. 청소년 범죄가 날로 악랄해 지고 숫자도 기하급수적이지 않은가? 자기들의 왕국을 건설하려고 온갖 거짓 선동에다 여론 갈라치기, 그로 인해 사회는 곪아가고, 미래세대의 가치관은 왜곡되었으며, 인성을 정의나 상식 아닌 패악으로 오염시키고 있잖은가?

청소년이 나쁜 어른을 모방해서 자살도 쉽게 해 버린다. 세계 1위의 자살률과 교통사고율, 늙어가는 지수와 저출산의 불명예가 왜 따라 붙었을까? 충효의 윤리 부재를 나쁜 정치인들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생명의 가치는 개나 물고 다니는 오만원 지폐가 아니고, 천하보다도 귀함을 다시금 자각하자! 85만원에 갓난 애기를 사고 파는 브로커를 잡았다는 뉴스를 보았다. 기막히지 않은가? TV 진품명품에서는 골동품이 빛이 나고 대우를 받지만 필자같은 아날로그 세대는 늙어버린 인간 골동품이라 시세가 제로에 가깝다.

죽음이 곁에 있기에 가족도 귀찮아한다. 한때는 오송지하차도 유가족 마냥 “살아만 돌아와 주세요”하던 흘러간 유행가 가사처럼 애절한 마음도 있었으련만, 그립던 그 시절은 가버리고 없다. 살아보니 겸손한 사람이 존귀해지고 악한 사람이 패망하지도 않음을 알았다. 다 그런건 아니어도...그래서 약자의 설움이 더 크다. 그렇다고 확 절망해서 죽지는 말자! 지나가면 빛이 있으니까. 막상 중환자실 말기 암 환자도 지독한 통증과 싸우면서도 죽음이 비켜가길 바란다. 2년여 팔다리가 찢어지고 처절한 비명을 내지르고, 순한 사슴같은 눈물을 흘리며 죽어가는 죽음의 모습을 보고 듣고 느꼈다. 날마다 전선에서! 그 기억을 지우고자 했으나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 밤마다 꿈마다 괴롭혀 왔다. 걸핏하면 트라우마 운운하는 현대인에 비해 전쟁트라우마는 차원이 다름에도 관심조차 없었다.

인재건 천재지변이건 항상 맴돌고 있는 죽음 앞에서 우린 어떻게 살아야 할까? 덜컹대는 바람에 행여 가랑잎 같은 숨결이 멎을까 손을 모은다. “만물의 마지막이 가까이 왔으니 그러므로 너희는 정신을 차리고 근신하며 기도하라”(벧전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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