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집 나오면 즐거워(4)
기고-집 나오면 즐거워(4)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8.24 15:52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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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자/합천 수필가
문경자/합천 수필가-집 나오면 즐거워(4)

억지로 한 입 먹으며 회를 쳐다보고 맛없음을 알려주었다. 사진을 찍어서 보니 더 형편없는 회가 입맛을 버렸다. 순이는 회를 잘 안 먹는다더니 혼자 부지런히 먹었다. 미역국도 식어서 비릿해 먹기가 싫었다. 비싼 회를 맛있게 먹자 하고 마음을 바꾸었다. 송이가 갑자기 전화번호를 입력한 것을 보여주었다. 내 이름을 무경자, 순이 이름은 문푼순이라 저장한 것을 보고 너무 웃어 배가 아팠다. 근데 왜 그렇게 웃음이 나오는지 진이와 나는 눈물 콧물이 다 빠지도록 웃었다. 진작 푼순이는 전혀 웃지 않았다. 아는지 모르는지…

웃다가 먹다가 보니 저녁 7시가 넘었다. 길도 어두워지니 친구를 빨리 보내고 우리도 숙소로 가야 했다. 짧은 만남이지만 이산가족 상봉 이상이었다. 가는 모습을 보고 눈시울이 뜨거웠다.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택시를 타고 숙소가 있는 부산역 근처로 다시 돌아와 배도 부르고 해서 걸었다. 밤거리는 완전히 분위기가 달랐다. 휘황찬란한 불빛들이 비치고 젊은 연인들은 손을 잡고 걸으며, 외국인 아가씨들이 많아 처음 보는 광경이 낯설어도 여기에서만 볼 수가 있다며, 그 앞을 지나치며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진이가 배도 부르고 소화를 시킬 겸 주위에 노래방을 찾아보자 했다. 우리가 신나게 놀 장소를 물색하였다.

지하로 내려가니 손님도 없고 한산했다. 1시간에 2만원이라 서울보다 저렴했다. 순이는 목이 안 좋다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 가만히 앉아 있고 우리만 신나게 놀자. 노래방에 들어가자 순이는 벽에 붙어있는 노래는 무조건 찾아서 여러 곡을 입력하여 불렀다. 혼자만 불러 미안한지 자기는 좀 쉬었다가 한다고 하고 또 불렀다. 신곡도 잘하고 노래 교실 다닌 수준이었다. 신나게 두 시간을 부르고 나니 모두 목이 쉬었다면서 얼굴은 행복해 보였다.

누구 하나 간섭하는 사람도 없고, 밥을 차릴 일도 없고, 돈만 내면 척척 다 해결이 되니 집을 나오면 이렇게 좋은 줄을 몰랐다. 부산의 밤을 즐기는 맛이 이국 정취처럼 느껴졌다. 외국 사람들이 많아 우리도 외국에 온 느낌이었다. 숙소에 들어와 내일 일정을 짜고 모두 꿈속으로 들어갔다.

이튿날이 밝았다. 매년 1박을 하고 바로 헤어지니 서운하다며 20년 만에 2박은 처음이었다. 그때만 해도 젊고 아이들도 남편들도 회사를 다니다 보니 시간의 여유가 없었다. 꽃단장을 하고 아침은 ‘시골 추어탕’을 먹었다. 식당을 나와 전철을 타고 ‘태화강 국가정원’을 가기로 했다. 부전역에서 태화강으로 09시 30분에 출발했다. 관광객들이 많았다. 처음 가는 곳이라 마음이 설레었지만 그보다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행운이었다.

부산에 사는 송이가 리더를 했다. 그래서 마음이 놓이고 기뻤다. 태화강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갔다. 기사는 쓸데없는 말을 하다가 내려야 할 곳을 지나쳐 갔다며 걸어가도 된다고 하였다. 아침 겸 점심을 먹기 위해 간판에 돼지 삼겹살이란 글자를 보고 식당으로 들어갔다. 젊은 아가씨가 친절하게 대했다. 삼겹살을 먹으니 배가 불렀다. 식당의 반찬은 거의가 비슷한데 쌈 싸는 배춧잎이 너무 억세고 상추도 조금 덜 씻은 듯하고, 벌레 먹은 것을 깨끗하게 떼어내고 먹었다. 자연 그대로 키웠다고는 하지만 개운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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