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집 나오면 즐거워(5)
기고-집 나오면 즐거워(5)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8.31 14:25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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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자/합천 수필가

문경자/합천 수필가-집 나오면 즐거워(5)

신작로를 건너니 바로 태화강 국가정원을 구경을 할 수 있었다. 봄꽃들은 거의 다 지고 푸른 숲들만 바람에 살랑거렸다. 양귀비 꽃밭, 샤스타데이지꽃, 수레국화, 장미꽃도 예쁘고 풀들과 잘 어울렸다. 태화강을 십리(4km)에 걸쳐 있다고 해서 ‘십리 대숲’이라 한다. 십리 대숲 은하수길 생태관광지 앞에서 한 명씩 기념사진을 찍었다. 대나무 숲에 들어서니 바람에 대나무 잎이 서로 부대끼는 소리에 기운이 나고 시원했다. 고향의 대나무 숲이 생각났다. 진이네 집 뒤 대나무밭은 동네서도 유명했다. 자랄 때 대나무 죽순을 뽑고 차가운 대나무를 잡고 시원함을 느꼈다. 진이는 대나무를 모양 있게 키우려면 사이사이를 넓게 해야 튼튼하게 자란다며 아는 대로 설명을 해주었다.


같이 걸으며 먼 옛날 고향에서 자란 이야기를 하며 다니는 길이 재미있었다. 주변에 부모님을 휠체어에 태우고 양옆으로 자식, 며느리, 손자, 손녀들이 합심을 하여 함께 다니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아빠 엄마들은 함께 미끄럼도 타고 모래놀이도 하며 재미있게 노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기념사진을 찍는 가족들의 모습이 대나무 숲 정원을 더 아름답게 꾸몄다. 태화강은 조용하게 흐르고 있었다.

기념사진을 찍고 걷다가 보니 출발 시간이 가까워졌다. 슈퍼에 들어가 목이 말라 아이스크림을 먹고 해운대로 향했다. 3시 5분 태화강역에서 타고 4시 4분에 신해운대역 하차. 택시 타고 해운대에 도착했다. 피서객들이 많아 놀랐다. 벤치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우리들 이야기만 했다. 간식을 먹으니 달콤한 감정을 만들어 주었다. 그러고 나니 몸이 조금 가벼워졌다. “파도를 보고 가자”하고 모래밭을 송이와 둘이 걸었다. 어른들과 아이들은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수영을 하는 것처럼 흉내도 내고, 여자아이들은 겁도 없이 물속으로 들어가 물장난을 치며 놀았다. 큰 파도가 없어 다행이었다. 사람도 넘어뜨리는 집채만 한 파도는 모조리 다 휩쓸고 지나가는 무서운 파도다. 바다를 배경으로 송이와 나는 기념사진도 찍었다. 해가 기우니 노을이 비치고, 가로등도 하나, 둘 불을 밝혔다. 운치도 좋아 그곳에서 머물고 싶었다. 친구들은 여기서 밤샘을 해도 되겠다며 아쉬워했다. 해운대에 와서 파도를 보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아주 잘한 일이었다.

저녁을 맛있게 먹자 하고 맛집을 찾아다녔다. 거리에는 젊은이들이 많아서인지 밥을 파는 식당보다 맥주와 치킨집들이 많았다. ‘초량밀면’ 식당에 들어갔다. 만두와 초량밀면을 시켰다. 가위로 면을 자르고 비비니 양이 너무 많았다. 만두도 먹으니 배가 불렀다. 친구의 덕으로 모여서 이렇게 좋은 기억을 차곡차곡 만두 속에 쌓았다. 숙소로 돌아와 도란도란 모여 앉아 참외를 깎아 먹었다. 노랗게 익은 참외는 고향의 원두막에서 먹는 맛이었다. 어릴 때 이야기를 하며 웃음이 끊어지지 않았다. 참외 서리, 수박 서리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지금도 가슴이 두근거린다며 마주 보고 웃었다. 모두 합창을 하였다. “집 나오면 즐거워” 밤새도록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지는데 아무도 대답이 없는 것을 보니 꿈나라로 갔나! 순이야, 진이야, 송이야 정다운 이름을 불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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