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가을의 길목에서
진주성-가을의 길목에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9.10 16:11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봉 대종사/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 대종사/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가을의 길목에서

올해 여름은 마치 뜨거운 가마솥 같았던 폭염의 기세가 유난히도 사나웠다. 밤에도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열대야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소승과 같은 어르신들에게는 하루하루를 넘기기가 너무도 힘든 올 여름 무더위였다. 하지만 한여름 기세가 제아무리 사나워도 계절의 변화는 이길 수 없는 모양이다. 근래 들어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제법 선선하게 느껴지는 것을 보노라면 가을의 기운이 이미 와 있다. 하늘도 더 높아지면서 파랗고 들판의 곡식도 점차 누렇게 익어가고 있다.

그렇게 가을이 성큼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절기상으로 하얀 이슬이 맺힌다는 백로(白露)가 엊그제(9월 8일) 지나고 보니 가을 기운이 점차 드리워지고 있다. 백로는 밤에 기온이 떨어져 풀잎과 나뭇잎에 이슬이 맺히기 때문에 ‘하얀 이슬’ 즉 백로라고 하는 것이다. 백로는 처서와 추분 사이의 절기로 가을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다. 불볕더위가 멈춰선 문턱에서 불기 시작한 바람은 어느새 가을을 품었다.

백로 이후에는 매미 울음소리가 사라지고 밤이 되면 귀뚤귀뚤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명쾌하게 들려오기 시작한다. 백로는 가을이 젖어드는 시기로 일조량이 많아서 곡식이 여물고 과일의 당도도 높아진다. 이슬이 내리기 시작하면 차츰 시원한 바람이 잦아들고 오는 23일은 추분(秋分)으로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 이때부터 서서히 낮의 길이가 짧아지면서 밤의 길이가 길어진다. 머지않아 자연들도 모두들 가을 속으로 빨려 들어가 서로 어울릴 것이다.

백로에는 무더위가 물러가면서 맑은 하늘에 시원한 바람까지 불어 지내기에 가장 쾌적한 환경이 조성되는 시기이다. 그러기에 추수의 시작, 풍성한 절기, 독서의 계절, 말들이 살찌는 계절 등의 수식어들이 본격적인 가을에 주어지는 단어들이다. 신선한 바람과 새 곡식들이 영글어 수확의 기쁨과 감사함이 가득한 가을이 오면 하늘은 높고 푸르고 말이 살찌듯이 우리의 영혼에도 뭔가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선현들이 말이 있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다. 시간이 속절없이 흐른다는 점을 새삼 일깨우는 계절도 가을이다. 가을에는 작은 일에도 감사하며 삶의 참된 의미를 찾아보자. 절기의 변화 앞에서 해야 할 일을 찾고 그 의미를 부여해 보았으면 한다. 내일의 삶을 위한 진실한 결실과 성과를 거두기 위해 우리 모두 옷깃을 여미고 참된 나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