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언-건강보험공단에 특별사법경찰관 권한 부여해야
제언-건강보험공단에 특별사법경찰관 권한 부여해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9.10 16:11
  • 1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영미/경상국립대 간호대학 교수
하영미/경상국립대 간호대학 교수-건강보험공단에 특별사법경찰관 권한 부여해야

국민의 건강권 보호를 위해 2000년도에 출범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은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을 무위로 돌리는 행위들이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소위 ‘사무장병원’이나 ‘면허대여약국’으로 불리는 ‘불법개설기관’이 그것이다. 이들로 인해 공단은 물론 국민 건강에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불법개설기관 즉,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은 ‘개설 자격이 없는 자가 의사를 고용하여 의료기관을 운영하거나, 무자격자가 약사의 면허를 빌려 약국을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이들 기관은 겉으로 보기엔 일반 병의원이나 약국처럼 똑같이 의사가 진료하고 약사가 약을 조제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 일반국민이 식별하기 어렵다. 그러나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은 오너 개인의 이익이 최우선으로 추구되어 불법적 환자유치 및 일회용 의료용품 재사용, 비약사의 약물상담 등으로 인한 약물 오·남용 등이 발생하기 쉬운 구조이다. 실제로 이들에 의한 피해가 적지 않게 보고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은 질 낮은 보건의료서비스와 각종 위법 행위로 국민의 생명과 건강권을 위협하며 건전한 의료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불법개설기관의 이 같은 불법 행위들은 공단의 운영에도 심각한 피해를 가져와 건강보험 재정의 안정적 운영을 방해한다. 실제로 2009년~2021년까지 공단의 조사 결과, 의원 657곳, 요양병원 309곳, 한의원 232곳, 약국 204곳, 총 1698곳이 불법개설기관으로 적발되었고, 이들 기관의 불법 행위로 인해 공단에서 환수 결정한 금액은 무려 3조 4천억원이었다.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 기관에 대한 환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해당 기간 환수 결정한 3조 4천억 중에 환수율은 6.7%에 불과하였다. 국민의 건강을 위해 사용되어야 할 매우 큰 액수의 재원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왜 환수가 되지 않았을까. 현재의 상황에서는 신속한 환수 조치를 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행 법체계에서는 불법개설기관의 적발 및 수사에 걸리는 기간이 평균 11개월이나 된다. 그만큼 사법 처리와 환수에 이르는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이들 불법개설기관들은 그 사이 폐업이나 재산은닉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자금 환수 불가능한 상태’를 만든다. 즉, 일종의 무일푼 상태로 쉽게 변신하는 것이다.

이처럼 국민 건강의 위협과 공단의 자금 누수를 불러오는 불법개설기관의 행태에 대처하기 위해 어떤 방법이 가장 효과적일까. 필자가 판단하기에 유일한 방안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특별사법경찰관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특별사법경찰관(이하 특사경)이란 ‘특별한 사항에 한정’하여 수사권을 갖는 사법경찰로, 제한 없는 수사권을 갖는 일반사법경찰관리(경찰공무원, 검찰수사관)와는 대비되는 개념이다. 불법개설기관 등에 대한 제한된 수사권을 행사함으로써 앞서 언급한 불법 의료 행위와 보험금의 부당 편취를 수사하고, 그들이 부당 폐업이나 재산 은닉 행위를 미연에 방지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공무원이 아닌 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것, 수사권 오남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불법개설기관(사무장 병원, 면허 대여 약국 등)에 대한 정보를 가장 정확하고 광범위하게 확보할 수 있는 기관이다. 또한 단속에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을 보유한 전문기관이기도 하다. 이 문제에 대해 신속하고 전문적인 대응이 가능한 가장 적절한 기관인 셈이다. 해당 불법 행위에 대한 특사경 권한의 제한적 운영, 그 직무 범위의 정확한 설정, 집행 행위의 투명성 등을 확보해 운영한다면 수사권 오남용에 대한 우려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공단의 특별사법경찰 권한 ‘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은 몇 년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에 있다. 불법개설기관에 의한 폐해의 피해자는 국민 모두이다. 국민의 건강권과 보험재정을 갉아먹고 위협하는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 등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일반 국민과 유관 단체 모두가 그 폐해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적발하기 위해 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