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말이 씨앗 된다(2)
칼럼-말이 씨앗 된다(2)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9.12 14:44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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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산스님/진주시 문산읍 여래암 주지
범산스님/진주시 문산읍 여래암 주지-말이 씨앗 된다(2)

한 많은 여인은 남편의 학대와 고문을 못 견뎌 가출, 베나레스 성 밖의 나무 아래서 홀로 쓸쓸히 머물고 있었다. 그때 한 부호의 사내가 아내와 사별 후 부근의 아내 산소를 자주 찾아다니며 나무 아래 홀로 앉아있는 미인에게 반하여 혼인을 간청해왔다. 그녀는 부호의 아내가 되었다. 새 남편을 만나 달콤한 사랑을 나누며 살만할 무렵, 남편은 병이 들어 죽어버렸다.

당시 그 나라 법에는 남편이 죽으면 아내를 함께 묻게 되어있어서, 그녀는 남편시체와 함께 생매장되었다. 무덤 속에서 숨이 끊어질 무렵의 밤에 도둑이 무덤 속 패물을 훔치고자 묘를 파헤치던 중 도둑에게 구출되어 살아나 도둑의 아내가 되었다. 도둑은 며칠 후 붙잡혀 사형에 처해졌다. 그녀는 모든 일들이 꿈인지 생시인지 알 수 없어 내가 도대체 전생에 무슨 죄를 얼마나 지었단 말인가? 아무리 전생의 죄업이 무거워도 이렇게 모진 고통을 당한단 말인가?

여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궁리 끝에 문득 부처님이 떠올라 기원정사를 찾아갔다. 부처님께 그동안 일을 낱낱이 말씀드리며 출가를 간청, 허락을 받고 미묘(微妙)라는 법명을 받아 비구니가 되었다. 미묘는 목숨을 건 수행 끝에 전생까지 환하게 꿰뚫어 보는 아라한이 되었다. 미묘의 과거사에 대한 사연을 동료 비구니들이 계속 물었다. “도대체 전생에 어떤 중죄를 지었기에, 그토록 견디기 어려운 재앙을 당하셨는지요?” 미묘가 입을 열었다.

“전생에 어떤 큰 부자가 있었소. 부자는 재산은 많았지만 본처가 아들이 없어 첩을 두었소. 첩은 지체도 낮고 형편없는 집안의 여식이었지만, 미모만은 특출하였소. 부자 남편과 첩은 서로 사랑한 끝에 아들 하나를 낳았다오. 그들은 뛸 듯이 기뻐했었소. 그러나 본처는 극심한 질투 속에 이를 갈고 원한을 품으며 견뎌왔답니다. 원래 부부 사이에 딴 정이 끼어들면 돌부처도 돌아앉고,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 했죠? 본처는 남편과 첩, 둘을 죽이고 싶었다오. 그리고 ‘나’는 대를 이을 자식이 없다. 저 아이가 크면 많은 재산을 모두 상속받게 된다. 저놈이 크기 전에 골치 아픈 싹을 미리 잘라버리자 결심을 하였답니다.

그리고 아무도 몰래 애기 정수리에다가 작은 바늘을 깊숙이 꽂아놓았다오. 그날부터 아이는 먹지도 못하고 잠도 자지 않고, 울기만 하면서 비쩍 발라가더니 10여일 후 죽고 말았소. 남편과 첩은 울며불며 난리가 났죠. 아이는 틀림없이 본처가 죽였을 거라 단정, 추궁이 계속되었죠. “왜 애기를 죽였느냐?”“어떻게 죽였느냐?” 매일 추궁을 해오자, 본부인은 펄쩍 뛰면서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만약에 내가 이 아이 죽음과 관련이 있다면 다음 생에 내 남편은 독사에 물려 죽고, 내 자식들은 물에 빠져 죽거나, 늑대에게 잡혀 먹혀도 좋다. 친정집에 불이나 온 가족이 다 타죽어도 좋고, 내가 소박을 당해도, 생매장을 당해도 좋고, 도둑 마누라가 되어도 좋다. 됐냐? 이래도 나를 의심할래?” 하고 대들었죠.

그때 그 본처는 육도윤회와, 인과응보를 믿지 않았고, 죄와 복의 갚음이 있다는 걸 몰라 완전범죄를 위해 그렇게 맹세했던 것이요. 그때 그 본처가 바로 나요. 내가 말한 그 과보를 남이 대신 받아줄 수 없어 내가 그대로 다 받았던 것이오. 그때 그 본처가 바로 나. 미묘(微妙) 비구니란 말이오.

잘난 얼굴 덕택에 시집을 네 번이나 갔지만, 하루도 인간답게 살아 본 적이 없었소. 그러나 다행히 불법에 귀의하여 아라한이 되었소. 그런데도, 항상 뜨거운 바늘이 정수리로 들어와 발바닥으로 뚫고 나간 것 같은 고통을, 밤낮으로 겪고 있소. 그러니까 말을 함부로 하거나 헛맹세는 하지 마시오” 하면서 미묘 비구니의 두 눈에서 참회의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선인선과(善人善果)악인악과(惡因惡果)는 피할 길이 없다. 말이 씨앗 된다. 말을 골라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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