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함께 행복하게 살려면(2)
기고-함께 행복하게 살려면(2)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9.13 14:24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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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석/합천 수필가
이호석/합천 수필가-함께 행복하게 살려면(2)

어느 마을에서는 귀촌인이 이웃집의 닭 울음소리가 시끄럽다고 해서 경찰에 고발하여 결국 법정 싸움으로 번졌다. 고소를 당한 집은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사는 순진한 60대 아주머니였다. 생전 처음으로 경찰서와 법정을 왕래하면서 큰 곤욕을 치르기도 하였다.

이외도 마을 주민들과 귀농·귀촌인들 간에 눈에 보이지 않는 알력이 있는 곳도 더러 있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귀농·귀촌인이 도시에서 살았다는 우월감을 가지고 마을 사람들을 조금은 경시하는 마음을 가질 수도 있고, 또 마을 사람 일부가 기득권을 가진 터줏대감 의식으로 귀농·귀촌인을 멀리하거나 소홀히 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원인은 한마디로 도시에서 오랜 생활을 한 사람과 시골에서 평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은 여러 면에서 의식 차이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생존경쟁이 치열한 도시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대체로 개인주의가 몸에 배어 있고 이웃에 대한 배려나 공동체 의식이 부족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그와 달리 농촌 마을에서 사는 사람들은 거의가 한 식구처럼 친숙한 공동생활에 젖어 이웃을 마치 한 가족 같이 생각하기 때문에 귀농·귀촌인들의 눈에는 조금은 무질서하고 무지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오랜 세월 살아온 삶의 터전이 다른 데서 익혀진 생활 의식이 많이 다를 수밖에 없다. 서로가 자기의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버리고 함께 동화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살아가는 동안 계속 스트레스가 쌓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예로부터 집이나 논밭의 이웃이 좋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웃의 사소한 일로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이다.

시끄럽고 복잡한 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서 평화롭고 행복한 여생을 꿈꾸며 귀촌한 사람들과 농촌 마을에서 고령화와 인구 격감으로 활력을 잃어가던 곳에 찾아온 이들을 쌍수로 환영한 사람들이 서로가 사소한 일로 스트레스를 자주 받고 알력이 생긴다면 오히려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그러면 이러한 스트레스를 줄이고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마을 주민들이 먼저 터줏대감 의식을 버리고 귀농·귀촌인이나 다문화 가정의 생활상이 조금 다르더라도 이해하고 포용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며, 귀농·귀촌인들은 도시에 살면서 몸에 배어 있는 개인주의와 경계심, 우월감을 버리고 마을 주민들을 이해하고 그 정서에 동화되려고 노력해야 한다.

특히, 자연도 설고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다문화 가정의 새댁들한테는 더한 고마움과 정감을 가져야 한다. 결혼과 출산을 기피 하는 일부 우리 젊은이들에 비하면, 줄어드는 인구증가에도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이 땅을 지켜나갈 2세들을 낳아 키워주는 그들의 고마움은 너무나 크다고 하겠다. 우리 모두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고 포용하며 살자. 그렇게 해야 이 지역에서 함께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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