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정수유심 심수무성(靜水流深 深水無聲)
진주성-정수유심 심수무성(靜水流深 深水無聲)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9.14 14:3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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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
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정수유심 심수무성(靜水流深 深水無聲)

‘고요한 물은 깊이 흐르고, 깊은 물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 또 물은 만물을 길러주고 키워 주지만 자신의 공을 남과 다투려 하지 않는다. 또 모든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낮은 곳으로만 흘러, 늘 겸손의 철학을 일깨워 주고 있다.

요즈음 자기 잘났다고 큰소리를 치는 세상이지만 진실로 속이 꽉 찬 사람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짖는 개는 물지 않고 물려는 개는 짖지 않듯 대인(大人)은 허세(虛勢)를 부리지 않고, 시비(是非)를 걸어 이기거나 다투어 싸우고자 하지 않는다.

시끄럽게 떠들고 이기고자 함은 속이 좁은 탓에 빚어지는 허세일 뿐이며 마음이 넓고 깊은 사람은 알아도 모른 척하며 자신의 재주를 과시해 돋보이려 하지 않는다. 다만 붓을 들어 세상의 옳고 그름을 설(說)하기만 한다.

옛날 어떤 가정에 부산한 아이가 있었다. 어느 날 이 아이는 아버님이 아끼시는 조상 대대로 내려온 회중시계를 가지고 놀다가 잃어버렸다. 아이는 열심히 찾았으나 찾을 길이 없자 어머니에게 말했다. 워낙 집안의 보물이라 아버님이 아시면 경을 칠까 두려웠다. 그래서 아이와 어머니는 온통 집안을 뒤졌으나 찾을 길이 없자 아버님께 사실대로 고(告)하게 되었다.

이 말을 들은 아버님은 “너무 걱정 말거라. 찾을 수 있을게다!” 하며 아이의 등을 두드리며 위로해 준 후, 침착하게 모든 하던 일들을 멈추고 집안에 모든 전원까지 끈 채 조용히 있어 보자고 했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얼마 되지 않아 ‘째깍째깍’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시계는 주위 환경이 조용해지자 구석진 바닥에서 자신의 위치를 주인에게 알리고 있었다.

그러자 아버지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얘야! 세상이 시끄러울 때는 조용히 침묵하고 있어 보거라. 그러면 잃어버렸던 소중한 것들을 찾을 수도 있을게다.” 그렇다. 조용한 침묵 속에 오히려 참된 가치와 위대함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고요한 물은 깊이 흐르고 깊은 물은 소리가 나지 않듯 고요함 속에서 우리는 참 진리를 찾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침묵이란 긴 인내와 희망을 필요로 하는지도 모른다. 최고의 경지에 오른 사람은 누가 자신을 알아주지 않아도 상처받지 않고 또 자신을 알리지 못해 안달하지도 않는다. 사람이 태어나서 말을 배우는 데는 2~3년이 걸리지만 침묵을 배우기 위해서는 60년, 아니 70년이 걸린다고 한다. 논어에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으면 참 군자라 했다. 속 깊은 친구가 보내온 글인데 참 좋은 말이라 혼자 보기 아까워 공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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