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선생님들의 수난사
진주성-선생님들의 수난사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9.19 14:1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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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선생님들의 수난사

선생님의 은혜에 조금이나마 보답하자며 ‘스승의 날’을 제정하여 법정기념일로 삼고 스승의 가슴에 빨간 카네이션을 달아주었다. 우리 애들이 모은 용돈으로 담배나 손수건 또는 스타킹을 선물했다. 그러다 점차 어머니들이 나서서 서로가 더 좋은 선물을 한다는 것이 해가 갈수록 변질하며 값비싼 고가품들로 바뀌었고 나아가 보다 손쉬운 현금의 촌지가 성행하면서 그 두께가 날로 두툼해졌다. 감사의 선물이 잘 봐 달라는 뇌물로 변질하면서 늘 푸른 소나무는 가만히 있고 싶으나 걷잡을 수 없는 치맛바람에 휘둘려야 했다. 그래서 바람 중에 제일 무서운 바람이 치맛바람이라는 유행어가 생겨났다. 치맛바람은 선생님들을 아동 교육의 절대 권력자의 전성시대처럼 만들었다.

날이 갈수록 치맛바람의 심각성이 사회적 문제가 되어 한동안 스승의 날을 폐지했다가 다시 살려서 선물의 한도를 정하기도 했으나 별다른 효과가 없어서 급기야 스승의 날은 이런저런 이유로 학생들을 학교에도 못 나오게 했다. 고종의 서원 훼철 이후 우리 교육계의 최대 참극이었다. 어딘가가 잘못되어서 전국에서 모여든 선생님들이 팻말을 들고 서울 거리의 아스팔트 바닥에 퍼질러 앉아 절규한다.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스승에 대한 존경심은 어디에도 없고 공경은커녕 존중조차 하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우리 애는 별로 가르칠 것 없어요. 기나 죽이지 말랬는데 왜 애들 앞에 망신을 줘?” 치맛바람이 반대 방향에서 휘몰아친다. 법으로는 고쳐질 수 없는 화근이다.

“우리 애는 학원에서 다 배웠다고요. 왜 망신 줘? 학생 인권도 몰라?” 억장 무너지는 소리에 교단이 무너지고 있다. 제 자식을 가르치는 선생님께 이 무슨 경우인가? 처방 약은 병마다 다르고 같은 병이라도 경중에 따라서도 그 처방도 달라진다. 아이들은 제각각이다.

“우리 애 그딴 것 다 알아요. 기죽이지 말라고요”, “학원에서 배웠다고 건방 떠는지 몰라요. 인성교육 호되게 해주세요.” 어느 쪽이 금쪽같은 내 새끼를 위하는 걸까? 아이에겐 책을 싼 보따리를 들리고 엄마는 회초리를 싼 보따리를 들고 아이 손을 잡고 서당으로 들어가던 그 날의 뒷모습이 눈에 선하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한 뜻을 선생님이 먼저 알고 있다. ‘스승의 회초리 길이 만큼 아이가 큰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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