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되찾은 축제
진주성-되찾은 축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10.03 16:05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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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되찾은 축제

코로나19의 마스크를 벗고 마주 보는 얼굴에 서로가 반갑다. 가을 햇볕의 해바라기만큼이나 커 보이고 추석날 밤의 둥근 달만큼이나 환한 얼굴에 함박웃음이 터졌다. 얼마 만이던가. 잊어버린 얼굴, 잃어버린 미소, 기약 없는 재회, 참았던 눈물까지도 즐겁고 모르는 사람도 반갑다. 기약 없이 기다렸던 긴긴 그리움을 가을볕에 널어놓고 비워두었던 옆자리도 닦고 임자 없던 찻잔도 다시 꺼냈다.

추석에 연이은 만남의 계절, 축제의 계절 시월, 만남이 행복한 축제의 달이다. 그동안 마스크에 가려져 얼버무렸던 이야기를 아무라도 붙잡고 실컷 하라고 하늘도 높고 더없이 푸르다. 더구나 전국이 축제의 장으로 들끓는다. 어디를 가든 온갖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하지만 사람만큼 멋지고 좋은 것은 없다. 형형색색의 조형물들이 얼핏 보면 눈요깃거리는 되는데 자세히 보면 깊은 맛이 없다. 왜 만들었지? 무슨 의미야? 축제의 주제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조형물들도 허다하다. 온종일 발품을 팔며 북새통을 헤집고 다니다 집에 돌아오면 피로만 안고 온다. 무엇이 문제일까. 축제의 본질과는 아무런 연관성도 없는 조형물들만 넘쳐나니 전국을 떠돌아다니는 축제 전문 상인들의 난전이나 먹거리 또는 흥행장으로 사람들이 쏠린다.

올해로 72회째가 되는 개천예술제도 유등축제와 드라마 페스티발 등 대여섯 개의 축제가 진주성과 남강변 일원에서 낼모레면 한꺼번에 열린다. 축제의 축제장이다. 더구나 임란 중의 유등과는 아무런 연관성은 없으나 온갖 조형 등이 축제의 분위기를 한껏 띄운다.

진주성과 남강변 일원에서 공연, 전시, 경연, 경시 등 각종 순수 예술 분야에서 저마다 기량을 쏟고 있어도 어디서 뭘 하는지도 모를 정도로 남강의 강변 양쪽은 온갖 공연과 볼거리, 먹거리의 축제장이다. 온갖 볼거리가 너무 많아서 순수 예술 분야가 그들만의 잔치인 것이 언제나 아쉽지만, 북적거리는 사람들 구경도 오랜만이고 보면, 난전 거리를 훑고 다니는 인파의 축제야말로 코로나19로부터 인간 승리의 축제이다.

등 떠밀려 가면서도 왁자지껄 눈요기도 하고 쇼핑도 하며 주전부리도 실컷 하던 그날의 영광을 되찾은 환희의 축젯날이 남강변으로 다가오고 있다. 개천 예술제의 폭죽이 밤하늘을 수 놓을 그날이 기다려진다. 서로가 민낯을 마주 보며 손잡고 “개천장” 구경도 실컷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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