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플러스와 마이너스
아침을 열며-플러스와 마이너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10.11 16:57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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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창원대 명예교수·철학자

이수정/창원대 명예교수·철학자-플러스와 마이너스


한 70년 세상이라는 곳에서 인생이라는 것을 살아오며 한 가지 분명해지는 것이 있다. 세상은 ‘인간’들로 구성되는데, 그 중엔 참 별의별 인간들이 다 있다는 것이다. 삶의 양상들이 사람에 따라 너무나 다르다. 그 다양성이 어쩌면 세상살이에 재미를 부여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참으로 묘한 것은 그런 다양함과 다름이 있는 한편 의외로 단순함과 같음이 함께 있다는 것이다. ‘대개’라는 게 그 단순함을 알려준다.

그 중의 하나, 이 세상엔 세상에 플러스가 되는 인간이 있고 마이너스가 되는 인간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논의의 세부로 들어가면 그 판정의 기준이 뭐냐 등등해서 이야기가 절대 간단하지는 않다. 사람에 따라 입장에 따라 동일한 사람에 대한 평가/판정이 정반대가 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결국은 건전한 이성이랄까, 공통감각이랄까 그런 것이 작동해 온갖 괴설에도 불구하고 ‘임금님은 벌거숭이’ 같은 단순명쾌한 평가가 내려진다.

예컨대, 뉴턴, 파스퇴르 등등의 과학자들, 고흐 르누아르 등등의 화가들, 모차르트 슈베르트 등등의 음악가들, 셰익스피어 괴테 등등의 작가들, 릴케 하이네 등등의 시인들, 데이비드 린, 스티븐 스필버그 등등의 영화감독들, 오드리 헵번, 찰톤 헤스톤 등등의 배우들...세상의 질적 향상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플러스적 인물들이 너무나 많다. 공자-부처-소크라테스-예수 같은 위인들은 말할 것도 없다.

한편 마이너스적 인물들은? 그 또한 천문학적으로 많음을 우리는 안다. 네로나 히틀러 등등의 문제적 권력자들이 아마 대표적일 것이다. 감옥에 넘쳐나는 범죄자들도 그런 부류에 포함된다. 최악은 무고한 사람을 죽이는 자들이고 그중에서도 전쟁을 일으키는 자들이다. 없는/없었던 편이 나은, 아니 없어야/없었어야 하는 인물들도 세상에는 넘쳐난다. 그런 다양성은 세상살이의 재미가 되지 못한다.

자, 그런데 이런 이야기가 그저 역사나 남의 나라 이야기라면 재미 삼아 늘어놓을 수도 있겠지만 이게 현실이나 우리나라 이야기라면, 그건 심각하다. 그래도 피할 수 없는 것은 이게 엄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지금 여기에도 즉 21세기 한국에도 플러스적인 인간과 마이너스적인 인간이 각각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생각해 봐야 한다. 누가 그러하며 나는 어떠한가. 지금 우리 사회에는 플러스적 인간(P)도 마이너스적 인간(M)도 각각 넘쳐난다. 아니 P는 M보다 적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없지는 않다. 의외로 P도 많다. 대표적인 것은 아마도 기업인과 연예인을 포함하는 문화인과 체육인들일 것이다. 나도 한국인의 일원으로서 우수한 성과로 나라의 이름을 드높이는 그들이 한없이 사랑스럽고 자랑스럽다.

물론 묵묵히 제 자리에서 제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는 대다수 선량한 시민들도 P에 해당한다. 우리는 그들에게 조금 더 적극적으로 눈길을 보내고 조명을 비추고 박수를 보낼 필요가 있다. 세상 인심은 이들에 대해 대체로 좀 무관심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야박할 정도다. 그 공을 무시하거나 심지어 폄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M은? 유감스럽게도 좀 너무 많다. 사람들의 건전한 이성 내지 공통감각은 그 중의 대표로 곧잘 정치인들을 꼽는다. 안타깝지만 쉽게 부인할 수도 없다. 아니라고, 절대 그렇지 않다고 강하게 부인할 수 있는 사례가 나타나 주기를 아마도 많은 국민들이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각종 문제를 일으키는 범죄자들도 날로 늘어나고 심각해지는 추세다. 뉴스를 접하기가 꺼림칙할 정도다. 모두 M이다.

나는 해당 사항 없다고, M이 아니라고 그 누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겠는가. 사람은 자기 눈으로 자기 얼굴을 볼 수가 없다. 거울에 비추어서 비로소 그것은 드러난다. 그 거울은 타인의 눈이고 세상의 눈이다. 오직 그것이 ‘임금님은 벌거숭이’라고 진실을 말해준다. 온갖 관념과 이념으로 치장을 해도 진실의 거울은 그것을 비쳐주지 않는다. 벌거숭이는 벌거숭이고 M은 M이다. 세상에 민폐를 끼치는 M들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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