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너무 그러지 마시어요(1)
진주성-너무 그러지 마시어요(1)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10.12 16:4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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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
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너무 그러지 마시어요(1)

필자는 가끔 친구로부터 받은 글을 인용하곤 한다. 남의 글을 인용하는 것은 어쩌면 결례이고 잘못이지만 참으로 아름답고 소중한 글은 혼자보고 그냥 넘기기가 차마 아까워 경남도민신문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은 간절한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

성인(聖人)의 말씀도, 공자님의 유학경전은 유학자들이 전하고, 석가모니의 불경은 스님들이 전하며, 예수님의 성경도 목사님이 전하여 모든 사람들에게 빛과 소금이 되어 이상적인 세계로 인도하는 것과 같이 주변의 좋은 글은 함께 공유하는 것이 아름다운 일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이미 알고 있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필자는 이렇게 아름다운 글과 마음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경남도민신문에 무한한 감사함과 또한 보람을 느낀다.

이 글은 시골 초등학교 교장(校長)선생님으로 은퇴하신 나태주 시인이 쓴 시(詩) 중 최근에 알게 된 시인데, 중절모가 잘 어울리는 시골 할아버지이다. 그는 병원 중환자실에서 시한부 삶을 선고받고 중병을 앓고 있을 때 곁에서 간호하는 아내가 안쓰러워 썼다는 시(詩)인데 아내를 위해 하느님께 하소연하는 내용이었다.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하느님! 저에게가 아니에요. 저의 아내 되는 여자에게 그렇게 하지 말아 달라는 말씀이어요. 이 여자는 젊어서부터 병과 함께, 약과 함께 산 여자예요. 세상에 대한 꿈도 없고 그 어떤 사람보다도 죄를 안 만든 여자예요. 신발장에 구두도 많지 않은 여자구요. 한 남자의 아내로 그림자로 살았고, 두 아이의 엄마로서 울면서 기도하는 능력밖엔 없었던 여자이지요. 자기의 이름으로 꽃밭 한 평, 채전 밭 한 뙈기 가지지 않은 여자예요. 남편 되는 사람이 운전조차 할 줄 모르고 숙맥이라서 언제나 버스만 타고 다닌 여자예요.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가난한 자의 기도를 들어주시는 하느님! 저의 아내 되는 사람에게 너무 섭섭하게 하지 마시어요!” (나태주의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아내를 위한 간절한 마음이 뭉뚝뭉뚝 묻어나는데, 참으로 소박하고 애절한 기도가 가슴을 아프게 한다. 중환자실에서 시한부 삶을 이어가는 남편을 위해 한평생 헌신한 아내를 보며 마지막 절규로 하느님께 부탁하는 간절한 기도, 아침에 뜨는 해보다 서산에 지는 해가 더욱 찬란하다더니 이별을 앞둔 두 부부의 애틋한 사랑이 참으로 아름답고 가슴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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