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무지하면 인생을 망친다
칼럼-무지하면 인생을 망친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10.17 15:42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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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산스님/진주시 문산읍 여래암 주지
범산스님/진주시 문산읍 여래암 주지-무지하면 인생을 망친다

사람에게 탐‧진‧치 삼독 중에 가장 나쁜 것은 치심, 무지, 어리석음이다. 무지하면 욕심이 많고 화를 잘 내고 공포도 많이 느끼며, 현재에 충실하지 못하고 과거를 회상하며 괴로워하고 미래를 걱정한다. 무지는 괴로움, 공포와 고통이다. 우리는 무지를 벗어나야 한다.

지혜가 부족한 것도 무지에서 비롯된다. 지혜롭고자 하면 많은 독서와 설법을 많이 들어야 한다. 그러면 지혜로워져서 현세와 내세가 모두 이롭고, 처자형제, 친구, 후세들에게까지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독서를 많이 하고 설법을 많이 들으면 성스러운 지혜가 성취된다.

성현께서는 ‘아는 자가 되지 말고 배우는 사람이 되라’ 당부하셨다. ‘내가 안다’고 생각하면 자만심, 교만이 생기기 쉽다. “배우는 사람의 자세는 겸손하다.” 한 집안을 이끌어 가는 사람은 부모님이다. 자식들은 부모님 사는 모습을 보고 그대로 배우게 된다. 자식이 잘 되길 바라면 부모가 바르게 살아야 한다. 독서 많이 하는 부모는 깨달음의 지름길을 가고 있기에 자신의 허물과 근심, 어리석음이 모두 사라지게 된다. 이혼한 사람 중에는 혼자 사니까 참 편하다 한다.

그러면서 40대 미혼자녀 결혼 걱정을 한다. 혼자 사는 것이 편하면 자식들도 혼자 편하게 살면 좋을 것 아닌가. 부모가 자꾸 혼자 사니까, 편하다는데 자식이 뭐 하러 결혼을 하겠는가?

어떤 이들은 자녀, 며느리, 사위, 형제들과 남 앞에서 배우자 흉을 열심히 본다. 그렇게 나쁜 사람 만들어 놓으면 무슨 덕이 있겠는가. 자식들도 부모가 나쁜 사람이라면 효도를 하겠는가. 자기 흉 많은 사람이 자기 흉을 감추고자 남의 흉을 열심히 본다. 이 어리석음과 악의 허물은 명사수가 총으로도 잡을 수 없고, 천하장사도 그 악의 뿌리를 뽑을 수가 없다. 오직 독서만이 해결책이다.

똑같은 산에서 자라도 산삼은 보약이 되지만, 초오(草烏)는 사약이다. 같은 물도 소가 먹으면 우유, 독사가 먹으면 독이 된다. 호박에 줄을 그어도 호박일 뿐이다. 똑같은 내용의 글도 잘못 읽으면 사회악이 된다. 도랑물 흐르는 소리는 요란하지만 빠져도 멀쩡하고, 소리 없이 흐른 강물에 빠지면 죽는다. 두루 생각하고 머리를 쓰며 살아가자. 자갈은 물이 휩쓸어가지만, 바위는 물이 돌아서 비켜 간다.

세파에 밀리는 자갈처럼 살지 말고, 바위 같은 인생 되어보자. 남의 옷은 내 몸에 맞지 않고, 버거운 감투를 쓰면 머리가 아프다. 모두 본질과 근본, 역할과 성품, 언행, 그 능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한국인이라도 서로 다르고, 종교인들도 서로 다르다. 어리석음을 벗어나 자신의 언행과 품격을 향상시켜가자.

마음을 비우고 무(無)로 돌리면 걸림이 없어진다. 하루를 살아도 진리를 알고 산 사람은 영원히 사는 것이다. 강을 건너려면 노를 저어야 한다. 불법(佛法)을 배우는 목적은 지혜를 증득하여 성인이 되는 것이며, 고뇌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영원한 진리를 추구하는 삶의 목표를 정하자. 무지한 사람은 고통을 당할 때는 뉘우치다가, 고통이 사라지면 금방 잊고 만다. 그래서 죄업만 늘어간다. 무지한 눈으로 보면 채찍질 당하며, 밭 갈고 있는 저 소가 전생 어머니며, 도살장 끌려가는 저 소가 전생 아버지인 줄 어찌 알랴? 무지가 인생을 망친다.

부처님이 길을 가시다 길가의 한 무더기 뼈에 예배하고, 이 뼈가 여러 대에 걸쳐 나의 부모였다 하셨다. 모두가 옛적에는 나의 부모였던 것이다. 그래서 남을 해한 것은 구제할 길 없는 큰 죄업이다. 무지한 자는 전생의 자식과 부모를 죽여, 살을 뜯어 먹으면서도 알지 못한다.

전생에 내가 해친 사람이 현생의 원수가 되고, 전생의 원수가 현생의 자식, 친구, 동료가 되어 서로 속 썩이고, 전생 어머니가 지금 아내이고 전생 아버지가 지금 남편이어서 전생을 숙명통으로 보면 부끄럽고 우습고 불쌍하다. 촌각을 다투어 무지에서 벗어나는 길로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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