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몽골기행(5)
도민칼럼-몽골기행(5)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10.19 15:59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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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선/시조시인·작가
강병선/시조시인·작가-몽골기행(5)

거북바위 앞에서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게르 호텔로 이동한다. 밤하늘에서 쏟아지는 별 흐름을 가장 가까운 데서 체험할 수 있는 장소로 소문났단다. 윤달 맞은 오월 보름달이 몽골에도 우리나라와 변함없이 두둥실 떠오른다. 달빛으로 인해 별빛 쏟아지는 장관을 선명하게 볼 수 없다는 거다. 꿩 대신 닭이라더니 이보다 더 아름다운 봉황 격인 달맞이를 했다. 두 손을 높이 쳐들고 하트모양을 만들어 둥근달을 집어넣는다. 모두 인증사진 남기기 삼매경이다. 어느새 소년·소녀인 양, 장작불을 빙빙 돌며 껑충껑충 뛴다. 동심 속으로 빠져든다. 게르 호텔 측에서 마련해준 장작 캠프파이어를 즐기느라 밤늦은 줄을 모른다.

몽골여행 제 4일째다. 비는 어제와 다름없이 여전하다. 몽골의 젖줄인 톨강을 따라 울란바토르 시내로 들어온다. 시내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는 자이승 승전 기념탑이란다. 빗속을 걸어가야 하고 6백 개 층층 계단을 오르기는 무리다며 포기한단다. 곧바로 이태준 기념공원으로 향한다. 이태준 열사는 1883년에 우리 고장 함안에서 태어났다. 세브란스 의학교를 졸업하고 독립운동에 뛰어들어 일본군과 싸우다 1914년 몽골로 망명한다. 전공을 되살려 울란바토르에 ‘동의의국’이라는 병원을 연다. 뛰어난 의술과 희생정신으로 인류애를 발휘해 몽골의 수바이처로 추앙받는다. 그리고 마지막 황제 복드칸의 어의로 활동하면서 ‘몽골의 신의(神醫)’라며 존경받는다. 또한, 독립운동자금을 상해임시정부로 보내고, 의열단 활동을 지원하는 등 애국지사 활동도 꾸준히 이어간다. 그리고 1921년 일본에 사주받은 러시아 백군에게 저격당한다. 38세 아까운 나이에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나셨던 거다.

몽골 정부에서 2001년 부지를 제공하자 재몽골한인회와 연세의료원이 주축이 되어 ‘이태준 기념공원’을 건립한다. 2010년에는 이태준 기념관이 세워졌다는 이런 안내판들이 한둘이 아니다. 빗속에다 시간이 부족해 꼼꼼히 읽기는 무리라 내다보고 스마트폰으로 안내판 소개 글들을 촬영했다. 집에 돌아와 업적을 읽으며 기행문을 쓰겠다고 다짐하면서다. 이런 훌륭한 분을 지금까지 잊고 살아온 내가 미안하기 그지없고 부끄럽기 짝이 없다. 이태준 열사 동상 앞에서 경남 문인협회 회원들이 숙연한 맘으로 단체 사진을 찍는다.

비가 꾸준히 방해하지만, 라마 불교의 총본산이라 할 수 있는 간등사만큼은 둘러봐야 한단다. 몽골에 기독교와 이슬람교도 있지만, 대부분 티베트의 라마 불교를 98% 국민이 믿는다는 유나씨 설명이다. 부지런히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금으로 도금된 높이 26M의 대형불상이 자애로운 모습의 눈으로 내려다보며 우리를 맞는다.

몽골여행 네 번째 날 마지막 일정이란다. 우리나라 유명 인사와 역대 대통령이 방문했던 서울레스토랑으로 향한다. 대형원탁 테이블이 각종 고기와 양념거리를 싣고 느리게 회전한다. 거기다 러시아산 보드카도 자리를 잡고 앉아 돌고 있다. 소, 말, 양고기 샤부샤부를 입맛대로 골라 먹는 호사를 누린다. 뜨거운 육수에 익혀 보드카와 곁들여 먹는 샤부샤부 맛이 인상 깊다. 불현듯 포석정에 둘러앉아 술잔을 띄우고 시 읊는 신라 천년 영화를 즐기는 그때의 주인공으로 빠져든다.

모든 여행사가 일정에 빠뜨리지 않는다는 안마소로 안내한다. 젊은 아가씨들이 마사지 안마를 해 준다며 위아래 옷을 벗으란다. 가운만 걸치고 눕게 하더니 온몸을 주물러 대니 기분이 이상야릇하다. 지금까지의 여독이 풀리는 것 같다. 첫날 묵었던 이비스 호텔로 다시 돌아오는 빗길은 오가는 도로가 차들로 뒤엉켜 소통이 잘 되질 않는다. 하수도 시설이 빈약해선지 도로는 한강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멈춰선 차들이 빵빵거리는 클랙슨 소리가 나지 않는다. 인내심을 발휘하는 몽골에 국민성은 본받을 만하다고 어느 회원이 되뇌는 소리가 내 귓전을 파고 돈다.

이바스 호텔 12층 건물로 들어선다. 우리가 첫날에 묵었던 호텔로 방은 11층이다. h 시인과 룸메이트로 마지막 밤을 보내기 위한 만리장성을 쌓는다. 오랫동안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다 어느새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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